제주도가 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높았던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전체 도민 의견과 배치되는 입장을 제주도정의 최종 입장으로 정리하면서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지역 전체로까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0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어 “여론조사로 국책사업을 무산시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제주 제2공항은 2015년 결정된 대로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게 지사로서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의 결과와 관련해 “결과적으로는 반대가 조금 많았지만 공항 건설과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찬반 숫자보다 그 내용이 중요하다”며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 것 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도민 갈등 해소를 위해 공동 추진한 전체 도민(각 2000명씩 2개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에서는 반대 여론이 각각 7.7%p와 2.9%p(오차범위 이내) 높게 나타났다. 예정부지 주민(각 500명씩 2개 여론조사 기관) 조사에선 찬성(33%p 상회)이 많았다.
원 지사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결과적으로 반대 응답이 높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공항에서 먼 지역일수록 반대가 우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제2공항에 대한 접근 불편, 기존 공항 주변 지역 낙후, 관광객 급증에 따른 제주의 환경관리 역량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문제는 우려 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설득이 가능하다”며 “불만을 이유로 국책사업을 무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원 지사가 내놓은 최종 입장은 지난해 12월 도의회와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할 당시 “지역 갈등 해소를 위해 도의회와 공동으로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한 약속과 어긋나 제주도정이 도민 여론을 무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 지사가 도민 여론조사 결과와 상반되는 입장을 최종 도정 입장으로 내놓으면서 앞으로 2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일부 지역·단체를 넘어 전도적인 양상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토부는 지난달 25일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3월 10일까지 도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도정 입장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원 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토부의 제주도 입장 표명 요청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원 지사는 “의회와 협조적인 분위기에서 풀어나가기 위해 그동안 도는 여론조사 이후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는데 국토부가 날짜를 박아서 의견을 달라고 했다”며 “충분히 도정과 소통하고 있던 상황에서 불쾌하다. 도민 의견을 핑계로 무산시키려는 수순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기본 그림도 없는 가덕도 신공항은 밀어붙이면서 제주도 공항은 너희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이 정권이 제주 2공항 문제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 지는 모르지만 제주지사의 형식적인 중립을 이유로 무산시키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어 확고하게 추진 의사를 표명한다”고 피력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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