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양회 개막을 앞두고 국가 재정위기가 심각하다는 경고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한 각종 경기부양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경기부양 차원에서 실시한 SOC 사업 등이 줄어들면 한국 기업에도 일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러우지웨이 전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지난해 12월 열린 한 포럼에서 “2009년부터 11년 연속 이뤄진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재정 적자가 늘고 국가 채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재정 위기는 중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5년간 중국의 재정 수입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정부 지출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비상 시기 재정·통화 정책은 질서정연한 후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1기인 2013~2016년 재정부장을 지낸 그는 평소 견해를 거침없이 밝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러우 전 부장은 지방정부 부채 증가, 고령화, 미국의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 여파로 중국 재정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러우 전 부장의 연설 내용은 포럼이 끝나고 두 달이 지나 재정부 산하 기관 간행물에 실렸다. SCMP는 재정 건전성 경고 발언이 양회를 불과 며칠 앞두고 공개된 데 주목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코로나19 충격과 싸우기 위해 시행한 재정 부양책을 축소하고 부채 관리에 나설 것인지가 양회 주요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많은 경제 전문가들도 경기부양책 선회 여부를 양회 관전 포인트로 꼽고 있다. 양회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다. 중국은 오는 4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을 시작으로 10여일간 각종 회의를 열어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중국은 지난해 재정과 통화를 아우르는 고강도 부양책을 펼쳤다. 사상 처음으로 1조위안(약 173조8000억원) 규모의 특별 국채를 찍었고, 지방정부 전용 채권 발행 한도도 3조7500억위안(약 651조7000억원)으로 높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율도 2019년 2.8%에서 2020년 3.6%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에 더해 사회보장료 인하, 납부 연기 등의 조치도 취했다.

이런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 경제는 지난해 말 주요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만큼 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재정 지출은 전년보다 2.8% 늘어난 반면 재정 수입은 3.9% 줄어 1976년 이후 처음 감소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중국은 올해 양회에서 출구 전략을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은 “중국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유지하되 재정적자율과 지방정부 전용 채권 발행 규모는 축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당장 재정 정책은 크게 손보지 않더라도 경기부양책으로 실시했던 사회보장료 인하, 납기 연기 등의 조치를 없애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SOC 사업을 줄이면 그에 투입되는 기계 설비 부품 분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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