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프로야구 선수 A씨의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한 폭로자가 “유서를 써서 친구 몇 명에게 나눠줬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 A선수 소속구단으로 알려진 한화이글스 측이 ‘현재까지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자 고통스러운 심정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A선수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B씨는 20일 인스타그램에 “마음이 편치 않아 여러모로 힘들다. 혹시 갑작스러운 충동으로 죽게 될 때를 대비한 유서를 적어 믿을 수 있는 친구 몇 명에게 나눠줬다”며 “유서 내용이 공개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당분간은 언론과 해당 선수 구단 연락을 제외하고는 받지 않으려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B씨는 전날 밤 A선수의 실명과 졸업사진 등을 모두 공개한 뒤 그가 초등학생 시절 폭행과 왕따를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B씨는 “A선수는 저를 괴롭혔던 수많은 이름 중에서도 지울 수 없는 이름”이라며 “쓰레기 청소함 안에 갇혀서 나오지 못했던 기억, 패거리들이 모여 단체로 집단폭행 했던 기억, 가는 교실 곳곳마다 나를 포함한 다른 왕따들의 이름이 욕과 함께 적혀있던 기억이 남아 있다”고 적었다.
이어 “당시 가족과 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해결책은 되지 못했고 저를 향한 괴롭힘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며 “지금도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문제로 매일 약을 먹는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생겼던 따돌림이 큰 원인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명인들의 과거 학폭 전과가 드러나면서 혹시나 싶어 제가 거쳐 갔던 학교를 하나씩 찾아봤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야구를 가끔 보게 될 때마다 그 얼굴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건 별로 좋은 경험이 아닐 것 같아 이 글을 적게 됐다”며 “과거 저를 도와주지 못했던 사람들을 원망할 생각은 없지만 저를 쓰레기 보듯 하던 사람들이 성공해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는 건, 어린 시절 울기만 했던 저 자신에 대한 가장 큰 배신일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후 B씨는 별도의 게시글을 재차 올려 “인터넷상에 왜곡된 내용이 돌아다니는 것 같아 추가한다”고 일부 오해를 바로잡기도 했다. 그는 “A선수는 학폭 주도자 중 한 명으로 방관자나 가벼운 가해자가 아니다” “아직 연락하는 일부 친구들이 증언해줄 것” “제가 원하는 건 진심 어린 사과도 아닌 그저 폭로다” “사건이 원만하게 종결될 때까지 허위사실 유포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씨의 글이 확산되자 한화 구단은 이튿날 오후 공식 입장을 내고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선수와 면담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며 “단장을 비롯한 유관 부서 팀장과 실무자들이 비상 소집돼 다양한 루트를 통해 면밀한 팩트 체크를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구단은 A선수를 비롯한 지인, 선후배 등을 만났으며 B씨와 B씨가 ‘증언이 가능하다’고 지목한 사람과도 통화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금까지 얻은 정보로는 사실 여부를 뒷받침할 만한 판단의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구단 측 설명이다. 접촉한 주변인 대부분이 ‘직접 목격한 바나 해당 사안을 들은 바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에 B씨는 “당시 담임선생님은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시진 못했지만 도와주시려 앞장서시고 저를 위해 학생들 앞에서 눈물까지 흘려주셨던 분”이라며 “구단이 ‘아직 선생님과의 연락이 닿지 못했다’고 직접 말했다. 저도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지만 추후 증언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또 “제 친구가 증언해준 내용은 ‘해당 학생을 대상으로 한 왕따가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같은 반이 아니었기에 가해 현장이나 자세한 정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말”이라며 “구단 측 입장도 ‘계속 조사 중’이지 무혐의라는 게 아니다. 제가 당했던 폭행과 폭언은 분명히 있었던 사실이며 A선수도 가담했음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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