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방치돼 숨진 ‘구미 3살 여아’의 친모가 홀로 집을 옮긴 지 3달 후 SNS에 딸 사진을 올리며 “사랑해”라고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딸을 버린 사실을 주변에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올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19일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친모 A씨(22)는 지난해 11월 SNS에 딸 B양이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는 사진을 올리며 “사랑해. 말 좀 잘 들어줘 제발”이라고 적었다. A씨가 B양을 빈집에 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한 것은 석달 전인 지난해 8월 초쯤이다. A씨가 이사하면서 가재도구 등을 모두 챙겨 나갔기 때문에 B양은 먹을 것조차 없는 집안에서 홀로 숨을 거뒀다.
A씨는 이후에도 활발한 SNS 활동을 이어갔다. 이사하고 며칠 뒤 B양의 친부가 아닌 재혼한 남성의 아이를 출산했을 때도 그 아이의 사진을 올렸고, 지난달 초에는 “2021년 더 행복하자”라며 지금 남편과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다만 A씨와 SNS를 통해 알고 지낸 C씨는 B양이 홀로 남겨진 지난해 8월부터 이상한 점을 느꼈다고 했다. C씨는 “첫째 사진이 몽땅 없어졌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다른 SNS에도 첫째 사진은 그냥 다 없애고 둘째 사진만 올리더라”라고 18일 JTBC에 말했다.
A씨는 둘째 출산을 앞두고 전 남편과의 아이인 B양을 홀로 둔 채 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에 있던 현재 남편의 집으로 이사한 것이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B양의) 친부와 오래 전 헤어졌고 혼자 애를 키우기 힘들어 빌라에 남겨두고 떠났다”며 “전 남편과의 아이라서 보기 싫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사하기 전 B양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 남겨두기도 했다. 사진 속 B양은 제대로 씻지 못하고 영양 공급도 받지 못해 비참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B양의 숨진 모습이 마치 미라처럼 처참했다”며 “건조한 공간이라서 시체가 완전히 부패하지 못해 형태가 그대로 남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특히 이사 당시에는 한국전력공사의 단전 조치로 전기가 공급되지 않던 상태였다. A씨가 5개월 치 전기료를 미납하면서 지난해 5월 20일 전기가 끊겼다. 결국 B양은 2개월 반 동안 단전된 집에서 A씨와 살았고, 이후 홀로 난방도 안 되는 방에 남겨졌다. 경찰은 A씨가 지난해 5월 현 남편 집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양쪽 집을 들락날락해 사실상 이때부터 B양을 빌라에 방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빌라 아래층에 A씨의 친정 부모가 살고 있었으나 왕래를 전혀 하지 않아 이런 상황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어머니는 지난 10일 건물주로부터 “월세 계약이 만료됐는데 문이 잠겨 있다”는 연락을 받고 들어갔다가 미라 상태의 외손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19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한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경찰은 A씨가 3세 딸을 방치한 점과 숨졌을 것을 예측한 점 등에 따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A씨는 “이사 후 빈 집에 아이를 두고 왔고,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은 “살인혐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아동수당법 위반(아동수당 부정수령), 영유아보육법 위반(양육수당 부정수령)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며 “정확한 부검결과가 나오지 않아 추후 부검결과를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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