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익(59) KCC글라스 회장이 아내 최은정씨를 상대로 두 번째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아내 최씨도 최근 이혼 맞소송을 내고 1100억원의 재산 분할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18일 뒤늦게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19년 9월 최씨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최씨는 지난달 정 회장이 요구하는 이혼을 받아들이는 대신 1100억원의 재산을 분할해 달라는 맞소송을 냈다. 그동안 ‘이혼 불가’ 입장을 고수해 온 최씨가 이혼을 받아들이며 본격적인 ‘재산 분쟁’에 나선 것이다.
정 회장은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고, 아내 최씨는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외조카다.
두 사람 모두 ‘혼인 파탄’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혼 시 재산은 원칙적으로 해당 재산을 마련하는 데 부부 각자가 기여한 ‘기여도’를 기준으로 분할이 된되지만, 이혼의 책임 정도 역시 부수적 요인으로 감안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정 회장이 최씨에게 이혼을 청구한 건 두 번째다. 앞서 2013년에도 이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6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당시 대법원은 두 사람의 혼인 관계가 파탄 난 건 맞지만 그 원인이 사실상 ‘중혼’ 관계를 이어온 정 회장에게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혼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받아주지 않는 이른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번에도 과거 제기했던 첫 번째 이혼 소송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혼 책임이 최씨에게 있다는 게 골자다. 반면 최씨 측은 정 회장이 돌연 가출한 2012년까지 혼인 생활이 평탄했다는 입장이다. 가출 이후에도 가정이 회복될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아 왔다고 했다.
법원은 “최씨가 정 회장에게 내연녀와 혼외자 두 명이 있다는 사실을 비교적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첫 번째 이혼 소송 중이었던 2015년 12월 정 회장은 내연녀와 결혼식을 올렸다. 민법 제810조는 “배우자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고 중혼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정 회장과 최씨는 1990년 혼인해 슬하에 1남 2녀가 있다. 대법원 패소 3년 만에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한 정 회장은 최씨와의 혼인 관계 유지로 사실혼 관계인 A씨 등 주변 사람에게 여러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양쪽에서 모두 이혼 청구를 하고 있어 이혼은 어떻게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최씨는 정 회장의 추정 재산 3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재산의 약 40%인 1100억원가량을 분할 지급 청구한 상태다.
KCC 측은 정 회장의 이혼 소송과 관련해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알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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