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출신 알바로 에스피노자(59) 키움 히어로즈 1군 수비코치는 유독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을 범한 키움 선수들을 향해 “실수로부터 배우자”고 말했다.
에스피노자 코치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의 1군 훈련 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내내 ‘태도’와 ‘기본’을 자신의 철학으로 내세웠다. 그는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면 모두가 동등하게 훌륭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어떤 날에는 한 선수가 영웅이 되고 또 다른 날에는 다른 선수가 영웅이 될 수 있다. 팀을 가족처럼 서로 사랑하는 게 우선”이라며 겸손을 강조했다. 그가 훌륭한 내야수의 조건으로 ‘다른 선수에게 배울 줄 아는 자세’를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구단에서 내야 수비로 눈에 띄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그건 감독의 일”이라면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에스피노자 코치는 지난해 11월 단장 특별 보좌역으로 영입됐다가 시즌을 앞두고 1군 수비 코치로 임명됐다. 그의 한국행 결정은 메이저리그 시절 동료의 경험이 중요했다. 에스피노자 코치는 “친구가 KBO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뛴 바에르가로 클리블랜드에서 5년간 같이 뛰었다”고 소개했다.
키움은 처음에는 그에게 수비 메뉴얼을 만드는 업무를 맡겼지만,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자 현장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가 1984년부터 미네소타 트윈스·뉴욕 양키스 등 메이저리그에서 12시즌을 뛰면서 내야 수비에 정통했고, 선수 생활 은퇴 이후 빅리그에서 수비코치와 수비 코디네이터를 역임하는 등 ‘내야 수비 전문가’의 길을 걸었던 것이 주효했다.

키움은 이번 시즌 유격수로서 내야 수비를 단단히 지켰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행으로 떠나면서 내야 수비를 보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키움이 1루수 박병호, 2루수 서건창, 중견수 이정후를 제외하고는 전원 경쟁 체제로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는 이유다. 에스피노자 코치는 그런 선수들에게 “키움에는 훌륭한 내야수가 많으므로 올바른 태도로 훈련을 한다면 누구나 수준에 도달한다면 경기에서 뛸 수 있다”고 동기를 부여했다.
에스피노자 코치에게 훈련 방법은 ‘양보다 질’이다. 그는 “실전처럼 훈련하는 루틴 플레이가 중요하다”며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훈련량을 많이 늘리면 수비수는 지친 상태에서 경기를 뛰게 되면서 나쁜 습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작정 많이 던지는 연습을 하는 것보다 지난 실수를 복기하면서 겸손하게 훈련에 임하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키움은 지난 시즌 112개의 실책을 범하면서 리그에서 가장 안 좋은 수비 성적을 내는 불명예를 안았다. 에스피노자 코치는 이에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며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지만 처음 실수가 생겼을 때 반복하지 않도록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움의 기회로 삼아야 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승패에 직결되는 실책을 줄여야 승률이 올라간다. 앞서 홍원기 키움 감독도 “단순히 (실책의) 개수가 중요하지 않다”며 “결정적인 상황에 실책이 나오지 않고, 또 실책 이후 흔들리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에스피노자 코치가 강조한 ‘멘탈’을 기본으로 한 그만의 훈련법이 홍 감독의 과제에 해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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