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서 생후 2주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20대 부부가 평소 SNS에 자녀들 사진을 올리며 애정을 과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엄마 A씨(22)는 출산 직후 아들의 모습부터 남편과의 다정한 모습까지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연출해왔다.
18일 A씨의 SNS에는 첫째 자녀인 딸과 숨진 아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계정 배경 사진은 두 자녀의 모습이었으며, 본인 소개란에도 ‘○○이 △△이 내새끼들♡’이라고 적었다. SNS로만 보면 자녀를 극진히 아끼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A씨는 숨진 아들이 태어난 지난달 27일 출산 소식을 직접 알리기도 했다. 그는 “남매 잘 키워보자”라는 문구와 함께 태어난 직후 아들의 사진을 올렸다. 다음 날 올린 게시물에서는 “눈물 난다 여보. 엄마가 되는 게 고통도 따르고”라며 출산 후 통증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딸의 이름을 언급하며 “너무 걱정이다. 엄마 없이 지금 잘 있으려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딸과 아들의 사진, 아들과 함께 누워있는 남편 B씨(24)의 사진을 차례로 첨부했다.
마지막 게시물은 A씨의 아들이 숨지기 닷새 전인 지난 4일 올라왔다. 그는 “이번엔 회복이 왜 이렇게 느리지. 첫째 출산 때보다 두배네”라며 “눈물 난다. 배 아파서 몇번 깨고 잠 못 자고”라고 말했다. 아들을 언급하며 “맨날 울고 속상해”라고 적기도 했다.
별다른 SNS 활동을 하지 않은 B씨도 자신의 계정 프로필 사진을 아들의 모습으로 설정해뒀다.
SNS 속 A씨 부부는 다정한 모습이었지만, 이들의 학대로 인해 아들은 생후 2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부부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와 피의자 진술 등을 통해 이들이 퇴원 직후부터 ‘울고 분유를 토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침대에 던지거나 얼굴을 때리는 등 7차례 이상 반복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아이가 호흡곤란과 눈 떨림 등 이상증세를 보였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녀들과 관련된 게시물은 SNS에 꾸준히 올렸다.
심지어 시름시름 앓던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최근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이모·이모부의 조카 물고문 사건’이나 멍 빨리 없애는 방법, 장애아동 증세 등을 검색했다.
B씨는 이후 아이의 상태가 심각해지자 지난 9일 오후 11시 57분쯤 ‘침대에서 아이가 떨어졌다’고 허위 신고를 했다. 119구급대를 속이기 위해 숨이 멎은 아이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것처럼 연기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A씨 부부는 지난해에도 생후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첫째 딸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딸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아동학대치상, 아동학대 중상해, 살인 혐의로 구속된 A씨 부부를 검찰에 송치했다. 오후 1시쯤 고개를 푹 숙인 채 전북 전주덕진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이들은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느냐”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호송차에 올랐다.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죽을 정도로 때린 것은 아니다”라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부부는 현재 범죄 사실을 상호 간에 미루고 있는 데다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제때 치료했더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전문의 소견 등을 바탕으로 A씨 부부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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