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8000만 호주달러·약 686억원)가 결말을 향해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남녀단식 4강 매치업이 확정된 가운데, 그 중 두 경기가 눈길을 끈다. 남자 단식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아슬란 카라체프(114위·러시아)의 ‘돌풍’에 맞서게 됐고, 여자 단식에선 오사카 나오미(3위·일본)와 세레나 윌리엄스(11위·미국)가 사실상의 결승전을 펼친다.
조코비치와 카라체프는 18일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 파크에서 열리는 남자 단식 4강전에서 맞붙는다. 두 선수의 경기는 ‘다윗과 골리앗’의 경기로 주목 받고 있다.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과 함께 남자 테니스 ‘빅3’로 손꼽히는 조코비치에 비해 카라체프는 완전 무명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카라체프는 이번 대회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단 2주 전까지만 해도 카라체프는 메이저대회 예선에 9차례나 나섰지만 한 번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였다.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올린 성적도 3승 10패에 불과했을 정도로, 등급이 낮은 챌린저 대회가 주 무대였다. 개인 최고 랭킹도 지난해 11월 기록한 111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에서 그는 강한 서비스와 포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 강자들을 차례로 무릎 꿇렸다. 3라운드에선 디에고 슈와르츠먼(8위·아르헨티나)에 3대 0 완승을 거뒀고, 16강 펠릭스 오거 알리아심(20위·캐나다)에겐 먼저 두 세트를 내준 뒤 내리 3세트를 따내는 대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8강에선 허리 통증을 안고 있던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1위·불가리아)까지 뒷심으로 잡아냈다. 카라체프는 디미트로프에 승리를 거둔 뒤 “처음엔 너무 긴장해서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어떻게 멘털을 잡아야 할지 계속 생각했다”며 떨렸던 첫 8강전 경기를 돌아봤다.
4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카라체프는 이미 역사를 썼다. 카라체프는 2000년 윔블던의 블라디미르 볼치코프(벨라루스) 이후 21년 만에 예선을 거쳐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선수로 기록됐고,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메이저대회 본선 데뷔 무데에서 4강까지 오른 첫 번째 선수가 됐다. 심지어 카라체프는 4강 진출로 지난 10년 간 프로선수로 뛰면서 번 6억8000만원보다 더 많은 약 7억3000만원을 상금으로 확보한 데다, 4강전에서 패배하더라도 랭킹을 42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제 카라체프는 세계 최강자를 상대로 예선 통과 선수로 첫 메이저대회 단식 결승행에 도전한다. 그런데 상대가 조코비치다. 조코비치는 이 대회 최다 우승 기록(8회)을 갖고 있고, 지난 2번의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호주오픈에선 극강의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4강에 오르고도 우승하지 못한 전적 자체가 없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5세트 경기를 반복해서 치러야 해 체력 소모가 많은 메이저대회 특성상 다윗이 골리앗을 잡는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순 없다.
여자 단식에선 같은 장소에서 정오에 열리는 오사카 나오미(3위·일본)-세레나 윌리엄스(10위·미국)의 4강전 경기가 사실상 결승전으로 평가받는다. 반대편 대진에 오른 카롤리나 무호바(27위·체코)-제니퍼 브레이디(24위·미국)는 모두 랭킹 20위권 밖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8강에서 시모나 할레프(2위·루마니아)를 누르고 40세의 나이에 자신의 40번째 메이저대회 4강 진출 기록을 썼다. 윌리엄스가 오사카를 누르고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마거릿 코트(은퇴·호주)와 함께 메이저대회 남녀단식 통틀어 최다 우승(24회) 타이기록을 쓰게 된다.
다만 상대 오사카가 상대전적 2승 1패로 앞서있어 결승행을 낙관할 순 없다. 오사카는 대만의 셰쑤웨이(71위)를 누르고 메이저대회 12연승 째를 거두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5번의 메이저대회 중엔 3번의 우승(2019 호주오픈, 2018·2020 US오픈)을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오사카는 “코트 반대편에서 윌리엄스를 마주한다는 건 정말 겁나는 일”이라며 힘든 경기가 될 걸 예상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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