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검찰이 100세 노인을 법정에 세웠다. 지난 세기 전쟁범죄의 책임을 물겠다는 나치 청산의 일환이다. 휠체어를 탄 채 심판대에 오른 백발 남성은 1942년부터 3년간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3518명 살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AFP통신과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검찰은 지난 8일(현지시간) 브란덴브루크에 거주 중인 100세 남성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1942년부터 1945년까지 당시 베를린 북서쪽에 있었던 작센하우젠 수용소에서 근무했다. 1936년에 세워진 이곳에는 20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보내졌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질병과 강제노동에 시달리거나 처형당해 목숨을 잃었다. 악명 높은 가스실 초기 실험이 이뤄졌을 만큼 독일의 주요 나치 강제수용소로 꼽힌다.
A씨는 근무 기간 동안 일어난 3518건의 살인사건에 고의적이고 실질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혐의에는 1942년 소련의 전쟁 포로를 총살해 처형한 것도 포함한다”며 “총살은 물론 가스를 사용해 수감자 살인에 가담했고 수용소의 시설 기능을 유지함으로써 수감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독일 검찰은 고령의 전쟁 범죄자들을 여러 차례 법정에 세우고 있다. 앞서 지난 5일에도 70여년 전 나치수용소 비서 겸 속기사로 일했던 95세 여성을 기소한 바 있다. 혐의는 1만명의 살인을 방조한 죄다. 지난해 7월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나치친위대(SS) 소속으로 근무했던 93세 부르노 데이에게 유죄를 선고한 적도 있다. 그는 당시 17세 미성년자로 단순 보초 업무를 맡았을 뿐이지만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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