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동 살래 한남이랑 살래?’ ‘한녀충 일자리 다 뺏자.’
대한민국 온라인상에서 쓰이는 이성 혐오 표현들이다. 특정 성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온라인을 점령하고 있다.
2018년 1월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계기로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성에 대한 혐오도 넘쳐났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혐오의 씨앗이 싹 텄고, 일베나 메갈리아, 워마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양성 간 서로를 비방하는 표현이 난무했다. 이후 ‘홍대 남성 누드모델 몰카 사건’, ‘이수역 폭행 사건’, ‘알페스·딥페이크 논란’ 등이 터지면서 혐오는 성 대결로 번졌다.
혐오에 대해 사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10대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한 스터디 앱에서 이성 혐오 표현들이 올라왔다.
앱에 따르면 여학생들은 남성을 ‘한남’으로 지칭하며 ‘공부 안 하면 한남과 결혼한다’, ‘한남보다 높은 직급 가자’, ‘공부 안 하면 한남 닮은 아들 낳음’ 등 남성 혐오적 방제를 달아 스터디 방을 개설했다.
남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학생들은 ‘한녀충 일자리 다 뺏자’, ‘공부 안 하면 한녀랑 결혼함’, ‘XX공부년’ 등 여성 혐오적 방제를 달았다. 또 비속어 표현인 ‘년’, 성관계를 의미하는 ‘따먹다’ 등 단어들도 쓰였다.
‘한남’은 한국 남성을 싸잡아 비하하는 대표적 용어다. ‘한녀충’은 벌레 같은 한국 여성이라는 뜻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다. 벌레 같은 한국 남성을 의미하는 ‘한남충’이라는 단어도 있다.

해당 앱을 캡처한 사진이 SNS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9일 국민일보가 직접 논란이 된 앱에서 스터디 방을 만들었다. ‘스터디 이름에 욕설, 비방, 타 커뮤니티, 젠더문제, 정치인 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말아 달라’는 공지가 무색하게 ‘-년’, ‘한남’, ‘한녀’ 등의 단어가 포함된 스터디 방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다만 ‘X발’처럼 직접적인 욕설은 쓸 수 없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네티즌들은 사회의 무관심 속에 10대 청소년들이 특정 성에 대한 혐오나 비난을 담은 단어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며 한국 사회 전역에 ‘성별 혐오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앱 대표 A씨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남’, ‘한녀’ 등 논란이 된 단어들을 차단 조치했다”며 앱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또 “문제가 된 스터디 그룹명을 변경할 것이며 지속적으로 금지어를 추가해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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