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사의 갑질을 신고했더니 회사에서는 사직서를 내라고 하더라고요.”
서울의 한 구청 청소대행업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A씨는 지난해 5월 입사 직후부터 상사의 괴롭힘에 시달려왔다. 상사는 A씨가 수거 작업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욕설을 쏟아냈다. 노골적인 폭언과 함께 머리를 때린 적도 있고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A씨는 결국 병원에서 우울과 불안 증상을 진단받았다. 이후 모든 사실을 회사에 알렸지만 돌아오는 건 사측의 사직서 요구였다. 관할 구청에도 신고해봤지만 회사에 ‘징계를 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 전부였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A씨처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도 조치하지 않거나 오히려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례들을 7일 공개했다. 단체가 지난 1월 한 달 동안 받은 신원 확인 메일 제보 236건을 검토한 결과 49.6%에 해당하는 117건이 ‘괴롭힘’과 관련된 제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회사나 고용노동청 등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사례는 단 50건에 불과했다. 이중 신고했더라도 회사가 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건(12%),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응답이 15건(30%)에 달했다.
한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이사장 부인의 갑질에 시달린 직원이 대표에게 이를 신고하자 “그만두라”는 취지의 협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이사 친인척의 갑질은 노동청에서 직접 조사한다는 지침 역시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던 셈이다. 또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등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단체는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사용자가 즉시 조치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 경우도 처벌 사례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등 개정 작업이 2월 임시국회에서라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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