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행유예 기간에 또 마약을 투약하고 절도까지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황하나(33)를 둘러싸고 마약 범죄 조직과 연관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6일 방송된 탐사 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SBS·이하 ‘그알’)은 황하나와 숨진 남편 오모씨 그리고 중태에 빠진 지인 남모씨, 이들 세 명과 텔레그램 마약방 ‘바티칸 킹덤’과의 관계를 추적했다.
제작진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황하나의 남편 오씨의 지인을 만났다. 지인은 지난해 9월 오씨가 황하나의 죄까지 대신해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그 이후 두 사람은 급하게 혼인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잠든 황하나에게 자신이 몰래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했던 오씨는 지난해 12월 돌연 진술을 번복했고, 이틀 뒤 돌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인은 “(오씨가) 밤 12시부터 경찰서 가는 날까지 제가 같이 있었다”며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파일에는 오씨의 육성이 담겼는데, 오씨는 ‘제가 하나를 몰래뽕 한 것은 아니잖아요. 뽕(필로폰) 저는 8월에 처음 접했는데 아직도 제 팔에 (주사를) 못 놓는다. 솔직히 말하면 황하나가 저를 놔줬다. 황하나는 제가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오씨가 처음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한 건 작년 9월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고가의 차가 도로 한복판에 주차가 되어 있었다. 오씨의 첫마디가 ‘마약 했으니까 자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오씨가 본인 혼자 다 했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황하나가 차량에 함께 타고 있었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주사기도 여러 대 발견됐지만, 오씨의 진술로 황하나는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와 남씨를 알고 있던 지인은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 황하나로 인해서 이 모든 일이 벌어졌는데 여죄까지 덮어씌우는 건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지인들의 제보를 통해 이들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음성파일 50여개를 압수했는데, 놀랍게도 이들의 대화에서 텔레그램 마약 시장에 존재하던 ‘바티칸’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녹음에서 황하나는 “바티칸 1㎏ 훔친 거 다 여기 증거 남았네. 너 5억 해 먹었다며”라고 말했다. 황하나와 오씨, 남씨 그리고 ‘바티칸’의 관계를 추적하던 제작진은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지난달 경남경찰청이 ‘바티칸 킹덤’의 총책과 그 일당을 검거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바티칸’ 닉네임을 사용한 사람은 20대 청년 이모씨였다.
이씨의 제보자는 “사건 조사받으면서 26살인 줄 알았는데, 다들 형님이라고 하더라”며 “장발에 깡마른 체격인 바티칸 곁에는 나이가 더 많은 직원 두 명이 함께 있었는데 바티칸을 ‘사장님’이라고 높여 부르며 순종했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바티칸은 군인 출신으로 알고 있다. 자기가 하던 얘기는 중위 출신이고, 건달 출신 아버지가 있는데 어디 생활하는 보스의 아들이라고 소개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태 상태인 남씨 역시 ‘바티칸 킹덤’의 조직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을 바티칸 체포 당시 같이 있던 사람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바티칸은 황하나를 만나려고 그 호텔로 간 것”이라며 “제가 직접 운전해서 데려간 거고 사건 내용 80%를 알고 있다”고 했다.
제작진이 이 제보를 근거로 사건 윤곽을 잡아가던 중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억울함을 호소한 편지의 주인공은 바로 ‘바티칸 킹덤’ 총책으로 밝혀졌던 이씨였다. 수감 중 직접 쓴 손편지에서 이씨는 “황하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다. 진짜 마약 총책은 따로 있다”고 언급했다.

제작진은 황하나의 아버지와 화상 인터뷰를 가지기도 했다. 그는 “딸 교육을 잘못 시켜서 죄송하다. 잘못한 게 있다면 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황하나가) 이번에 왜 다시 이 지독한 약물에 손을 댔을까. 의도적으로 마약을 판매하는 친구들이 돈이 있어 보이는 하나를 타깃으로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황하나 아버지는 “12월 20일에 하나를 병원에다가 집어넣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하나를 찾아 헤매다가 강남의 모 호텔에서 하나를 만났다”며 “오씨는 하나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자기도 마약상이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용산경찰서 유치장에 가서 (황하나에게) 물어봤는데 자기는 (바티칸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하더라. 남씨가 바티칸인 줄 알았다고 했다”면서 “남씨와 오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마약 판매에 압박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나도 불안하다. 내 딸에게 미칠 영향이 뭘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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