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걱정은 며느리만?’…‘5인금지’ 설 명절 어쩌나요

인천에 사는 주부 A씨는 다음주 설 연휴, 시부모님이 밀어붙인 모임 계획 생각만 하면 분통이 터진다. 남편이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지침 때문에 이번에 모이면 안된다”고 했지만 “추석 때도 못 봤는데 이번에는 모이자”며 시댁이 있는 경북쪽으로 오라는 부모님의 뜻은 너무나 강경했다. 아이가 있는 A씨 부부와 역시 아이가 있는 형네 가족까지 모이면 부모님 포함 8명이기 때문에 명백히 정부 지침을 위반하는 것이지만, 시부모님은 문제가 안 된다 여기는 듯 했다. ‘풀빌라 펜션 두 동을 예약해 4명씩 나눠 자고, 야외에서는 집합금지가 아니니 밖에서 놀면 된다’는 게 시댁의 계획이다. A씨는 “아무리 설득해도 안 들으시는데, 가정불화를 각오하지 않고서야 더 말하기도 어렵다”며 답답해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설 연휴 이동 자제를 호소하면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연장한 가운데 고향 방문이나 가족 모임을 놓고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온라인 맘카페 등에서는 ‘가족도 5인 이상 못 모이는 것 아니냐’는 질문부터 ‘집합금지에도 불구하고 차례를 지내는 시댁을 가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하소연까지 관련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설에 5인 금지 맞지요?”라는 질문 글이 올라왔다. 5인모임 금지 조치가 연장돼 당연히 못간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부모님을 뵈러 가야한다고 주장한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 것이다.


이 커뮤니티에서만도 최근 2~3일 사이 여러개 올라온 비슷한 고민의 글들에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며느리’들의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 “그저 답답하고 이해하고 싶도 않다”“지난 추석처럼 권고도 아니고 금지인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등 하소연과 함께 “누가 신고하면 벌금을 낸다고 얘기해라”“5인 넘으니 남편과 아이만 보내고 혼자 시간을 가져라”는 등의 조언도 이어졌다.


시댁 모임을 ‘셀프 신고’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마저 등장했다. “서로 상대 시댁을 신고해주자”는 농담 아닌 농담을 나눌 만큼 답답하다는 것이다. “112 문자로 신고하면 편하다”거나 “지인에게 미리 시댁 주소를 불러주고 5인 금지 위반을 신고하도록 했다”는 식의 글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차례를 지내는 집안 분위기가 있거나 배우자가 부모님을 꼭 뵈러 가고 싶어할 경우엔 가정 불화가 부담스러워 그냥 모인다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서울에 사는 40대 B씨는 “효자인 남편을 뭐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 “어른이 먼저 오지 말라고 해주시면 좋겠지만, 은근히 기다리시는데 괜히 싸우게 될 것 같아 그냥 따라간다”고 말했다.

한 맘카페 회원은 “아이들 감염이 걱정되서 몇 달째 유치원도 안 보내고 가정보육하며 버텼는데, 왜 가족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하느냐”면서도 “이런 얘기해도 나만 예민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가 좀 더 강하게 지침을 밝혀줘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맘카페나 지역 커뮤니티 곳곳에는 “집합금지 조치를 어길 시 과태료가 100만원은 돼야 들을 것 같다”“가족이어도 모이면 안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거나 안전문자로 알려줬으면 좋겠다” 등의 글들이 눈에 띄었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우리는 추석에도 못 뵈서 내려가 뵐까 했는데 어머님이 먼저 ‘우리가 지켜야 애들이 봄에 학교라도 간다’면서 오지 말라 하셨다”고 전했다. 이 글에는 “정말 현명하신 어머님이다” “배워야 한다”“정말 우리가 조심해야 한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경북 청도에 사는 70대 C씨도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C씨는 “손주들도 너무 보고 싶은데, 추석 때도 못 보고 이번에 또 못 보니 너무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지금 잘 해야 모두 건강히 또 편히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설 연휴 이후 집합금지가 풀리면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때 천천히 보면 된다는 게 C씨 얘기다.

방역당국은 5일에도 설 연휴 거리두기 준수를 거듭 당부했다. 6일 일부 방역 조치 완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5인 이상 모임금지 등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명절에는 이동이 늘고 가족 모임 등이 잦아져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높다”며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속되는 만큼 설에는 가급적 이동을 삼가고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를 경우 5인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없는 조처를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연장했다. 이를 위반하면 1인당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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