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그린피스, 옥스팜 등 4개 비정부기구(NGO)가 “기후변화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프랑스 정부에 제기한 소송에서 프랑스 행정법원이 손해배상을 명령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원은 “‘생태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 인정된다”면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국가가 이 피해의 일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신청인은 현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향후 2개월간 정부가 이를 준비하도록 명령했다.
비정부기구들은 프랑스 정부가 탄소배출 감축 계획과 파리기후협약 등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9년 3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단체들은 ‘상징적인 차원’에서 정부에 1유로(약 1300원)도 청구했다. 정부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23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그린피스 등은 이번 판결이 정부로 하여금 기후변화 위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할 것으로 기대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성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장 프랑수아 줄리아르 그린피스 프랑스지부 대변인은 “기후 정의를 위한 역사적인 승리다. 과학자들의 경고, 그리고 시민들이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해) 정부에 원하는 바를 생각해보게 하는 판결”이라면서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면 법의 심판을 거쳐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가디언은 “프랑스 정부는 서면으로 제출한 변론에서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난에 대해 반박하며 배상 청구를 기각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면서 “전세계의 탄소 배출에 대해 프랑스 정부가 유일하게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프랑스 환경부는 이날 판결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참고하겠다”면서 “정부는 기후 변화 문제 해결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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