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제78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다만 강력한 연기상 후보로 예상됐던 배우 윤여정은 아쉽게도 여우조연상 후보에 들지 못했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EPA)는 3일 오후 10시37분쯤 올해 시상식 후보 명단을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했다.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이날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미나리’는 ‘Another Round’(덴마크), ‘La Llorona’(프랑스·과테말라), ‘Life Ahead, The’(이탈리아), ‘Two of Us’(미국·프랑스)와 경쟁을 펼친다.
영화 ‘미나리’는 엄밀히 따지면 미국 영화다. 하지만 한국계 미국인 감독·배우와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시골 마을에 정착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로 어릴 적 극 배경인 아칸소에서 자라난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스티븐 연 한예리가 젊은 부부를, 윤여정이 이들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온 할머니 순자 역을 소화했다.
이날 골든글로브 후보 발표에 시선이 쏠린 이유는 ‘미나리’가 앞서 비평가협회 시상식을 비롯해 크코작은 미국 시상식에서 무려 60관왕을 차지해서다. 미국 평단은 앞서 ‘미나리’ 속 배우들의 호연과 세련된 연출, 몰입감 높은 서사에 찬사를 보냈다. 지난해 여러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 등을 받으며 오스카의 문을 열어젖혔던 터라 더 화제를 모았다.
골든글로브는 앞서 미국 영화임에도 한국어 대사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부문으로 분류하면서 미국 영화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미나리’는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각본상과 여우조연상도 노렸지만, 결국 한 부문 지명에 그쳤다. 다만 한국 배우들이 꾸리고 한인 이민자 가정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실제 수상으로 이어진다면 그 의미가 상당하다. 아카데미보다 약 한 달 앞서 열리는 골든글로브는 오스카 수상에도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가 될 가능성도 여전히 활짝 열려있다. ‘미나리’ 60관왕 중에서 무려 20개 트로피가 윤여정이 들어 올린 여우조연상이다. 지금까지 찬사를 받아온 영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바로 윤여정이 담당해서다. 잔잔하게 시작한 영화는 순자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탄력이 붙는다. 극의 타이틀이자 순자가 좋아하고 “어디서든 잘 자라”는 나물 미나리는 척박한 곳에서도 잎사귀를 틔운 모든 이민자를 향한 찬사이기도 하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휩쓸 때도 연기상만은 내어주지 않던 아카데미에서 윤여정이 연기상 후보에 오른다면 그 자체로 한국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백인 남성들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던 오스카가 다양성을 확대하는 흐름으로 최근 변모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미나리’의 골든글로브 수상 여부는 시상식이 열리는 오는 28일에 확인할 수 있다. 제93회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는 다음 달 15일로 시상식은 4월 25일에 개최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