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지상파 예능PD라고 사칭한 남성이 서울 소재 대학 여학생들에게 방송 출연을 권하며 접근한 정황이 포착돼 학생들이 대응에 나섰다.
방송국PD사칭피해대학생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자신을 지상파 예능PD라고 소개한 40대 남성은 지난해 12월부터 여대생들에게 “주말 예능프로그램 중간에 코로나19와 관련된 공익광고를 찍으려고 한다. 멤버들과 짝지을 여성 대학생 6명이 필요하다”면서 “미팅을 위해 만날 수 있겠냐”며 접근했다.
이 남성은 약속장소로 서울 시내 카페를 제시했는데, 방송국 인근에서 약속이 잡힐 경우 당일 약속 장소를 바꾸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남성과 만난 학생들은 1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는 학생들에게 별다른 요구를 하거나 신체적 접촉 없이 방송 관련 이야기만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공대위는 이 남성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서강대 성신여대 등 서울 소재 대학 언론 관련 학과 학생회 관계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대위 관계자는 “신학기를 맞아 각종 대학 관련 커뮤니티에 학생회 관계자들이 전화번호를 기재해 놓는데 이를 보고 연락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대학 교무처 직원과 조연출이라고 소개하는 또 다른 남성이 학생들과의 연락을 중개한 사실도 추가로 파악됐다.
남성의 수상한 행적은 학생들이 우연히 일상을 공유하게 되면서 드러났다. 학생들은 모두 똑같이 교무처를 통해 PD의 연락을 받은 점을 수상히 여겼다. 각 대학 교무처 전화번호를 비교하고 해당 프로그램 PD에게 문의한 결과 사칭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학생들은 지난 2일 공대위를 결성하고 대학 내 커뮤니티 등을 통해 추가제보를 받고 있다.
공대위 관계자는 “방송사에서 일하길 꿈꾸는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 공대위를 결성했다”면서 “피해사실을 모아 경찰신고 등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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