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중심에 있던 신천지 대구집회소 간부들의 역학조사 방해 혐의 등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됐다. 방역당국의 자료 제출 요구가 방역 준비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명단 누락 행위 등을 방역 방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인데 앞서 수원지법의 이만희(89) 신천지 총회장에 대한 판단과 같다.
대구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상윤)는 3일 선고 공판에서 교인 명단 일부를 고의로 누락한 혐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신천지 대구집회소 지파장 A씨 등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대구에서 확산되던 지난해 2월 20일 전체 교인 명단 제출을 요구한 대구시에 신원 노출을 꺼리는 133명을 제외한 명단을 제출한 혐의 등으로 같은 해 7월 13일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말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년, 기획부장 B씨에게 징역 2년, 섭외부장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 부녀회장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들의 재판은 두 번이나 미뤄졌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달 15일 선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만희씨에 대한 수원지법 선고 결과가 나온 13일 선고를 27일로 연기했고 이후 한 차례 더 연기해 이날 선고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대구집회소 간부들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있었다. 수원지법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만희씨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신천지 교회가 방역당국에 시설과 신도 명단을 축소해 제출한 것이 방역활동 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자료제출 요구가 역학조사 아닌 자료수집 단계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감염병예방법은 지난해 9월 개정됐는데 개정 전의 법으로는 시설이나 교인 명단 제출 거부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천지 대구집회소 역시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대구시의 교인 명단 제출 요구는 역학조사를 위한 준비 절차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재판부는 “전체 교인명단 제출 요구가 역학조사에 해당함을 전제로 감염병예방법 소를 제기했지만 전체 교인명단 제출 요구는 법에서 정한 정보제공요청으로서의 성격을 가질 뿐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전체 명단 제출 요구에 대해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만희씨의 경우 신천지 연수원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50억여원의 교회 자금을 가져다 쓰는 등 56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승인 없이 해당 지자체의 공공시설에서 종교행사를 연 혐의(업무방해)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구집회소 간부들의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혐의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전체 명단 제출이 방역의 사전준비단계로 방역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정보제공 요청에 단순히 응하지 않은 것은 공무집행방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구집회소의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이만희씨와 달리 방역 방해 여부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부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무죄 판단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교인명단을 제출한 행위가 위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들에게 위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인 직무집행 방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2월말 신천지 대구집회소가 신도 수를 고의로 누락해 관련 시설 역학조사 등을 방해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대구시는 이와 별도로 신천지 교회에 10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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