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의 한 영어학원 관계자로부터 배달원이 20여분간 폭언을 들었다며 배달업체 대표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 대학’에는 “(소속) 배달원 중 한 명이 너무 황당한 일을 겪고 억울해한다”는 한 배달대행 업체 사장의 글이 올라왔다.
업체 사장은 “(해당 배달원이) 2월 1일 한 학원으로 배달을 갔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음식을 주문했다. ‘바쁘니까 아래 내려가서 기다리면 계산하러 내려가겠다’는 말에 배달원은 1층 밖에서 5~10분을 기다렸고, 그 사이 다른 오더를 배정받아 시간이 촉박해 다시 학원으로 올라갔다고 한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학원 선생님이 ‘애들 가르치고 있고, 지금 바쁘니까 그냥 기다리라’고 짜증을 내며 말했다. (배달원이) ‘나도 바쁘다’며 일단 계산부터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며 “여러 가지 핑계로 계산이 늦어지다 결국 결제를 받고 다른 오더를 처리하는 와중에 (학원 강사로부터 배달원이)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전했다.
업체 사장은 배달원이 들어야 했던 19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음 파일 속 학원 관계자로 추정되는 여성은 학벌, 재력 등을 언급하며 해당 배달원과 배달업 종사자들을 향한 비하적 언사를 쏟아냈다.
학원 관계자는 “공부 못하니까 할 줄 아는 게 배달원밖에 없다. 중졸, 고졸 다 받으니까” “고작 본인들 그거(배달) 세 건 해봤자 만원 벌잖아요” “기사들이 뭘 고생하냐. 그냥 오토바이 타고 부릉부릉하면서 놀면서 문신하면서 음악 들으면서 다닌다. 본인들 내가 모를 줄 아냐” 등의 발언으로 배달업 종사자들을 향한 차별적 시선을 드러냈다.
또 “가정 있고 본업 있는 사람이 이런 거 하는 거 못 봤다. 돈이 없으니까 하겠지 돈 많으면 하겠냐”고 폭언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일주일에 버는 게 1000만원”이라며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거나 배달원을 향해 “부모에게 그렇게 배웠냐”며 훈수를 두기까지 했다.
이어 “대학 나왔으면 이 날씨에 오토바이 타고 배달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배달원이 “저도 대학 나왔다. 사람이 남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타이르자 학원 관계자는 “남 위에 있다고 생각해야 더 잘나가는 것”이라며 “솔직히 남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면 성공하겠냐”고 말했다.
이어 배달원이 “우월감에 젖어 사는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잘나간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돈 들어온다. 돈 있으니까 건방지다”며 뻔뻔한 태도를 이어갔다.
네티즌들은 학원 관계자의 도를 넘은 폭언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한 네티즌은 “배달원이 보살이다. 저런 몰상식한 사람한테 끝까지 존대하면서 예의 지킨다”며 배달원을 위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영어학원을 찾아내 이른바 ‘별점 테러’를 하기도 했다. 3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총 758개 댓글이 등록됐으며, 평균 별점은 최하점인 1점이다. 네티즌들은 “법적으로는 처벌받지 않을 것 같으니 이런 방식으로라도 불이익을 주고 싶다”며 해당 관계자의 사과와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해당 영어학원 본원은 3일 “(배달업체 사장의 말과 달리) 학원 강사가 아닌 셔틀도우미”라면서 “1개월 정도 셔틀도우미로 근무했다. 2월 1일 마지막 근무 후 2월 2일 퇴사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수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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