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연까지 7년. 무대 설치에만 두 달. 동원된 스태프 100여명. 뮤지컬 ‘고스트’ 공연에 무수한 난관과 보람이 교차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지난 두 달이었다. 코로나19로 객석을 30%밖에 활용할 수 없게 되자 지난해 12월 공연장 문이 닫혔다. 기약 없는 시간이 계속됐지만, 언제든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2일부터 다시 관객을 만난다. “이렇게 오래 쉴 줄 몰랐지만, 상실감보다 다시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큽니다. 빨리 무대에 서서 죽은 세포를 살려놓고 싶어요.” ‘고스트’에서 샘 위트를 연기하는 배우 김우형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우형은 1일 국민일보에 “힘들고 지치는 시간 속에서도 ‘고스트’ 재개를 기다려준 관객에게 고맙다”며 “무대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고 말했다. 뮤지컬 ‘고스트’는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다. 2011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을 거쳐 2013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죽음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최첨단 무대에서 마법처럼 구현해낸다.
김우형은 2005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했다. 이후 ‘레미제라블’ ‘안나 카레니나’ ‘마틸다’ 등 굵직한 작품의 주연을 꿰차며 정상에 섰다. 대표작 ‘아이다’로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고스트’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7년. 그도 이제 마흔이 됐다. 30대에 연기했던 샘보다 원숙한 멜로 연기가 가능해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40대지만 멜로를 맡겨주셨다는 점에 우선 감사해요(웃음).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결혼을 했고 아이도 생겼죠. 샘이 죽어서도 몰리를 지키려는 마음에 한층 가까워진 것 같아요. 더 유연하고 농익은 샘을 보여드릴게요.”

15년간 대형 공연을 두루 경험한 베테랑이지만 ‘고스트’는 특히 어렵다. 그가 무대에서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사람이 아닌 영혼을 연기하고 있어서다. 그는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혼자라고 생각한다”며 “사랑하는 몰리와 호흡할 수 없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딱 한 번 몰리와 눈이 마주치는데, 김우형은 그 순간을 떠올렸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영혼을 볼까요? 슬프지만 아름답고, 마지막이지만 또 다른 시작이죠.”
이 작품의 핵심은 무대 장치와 마법 같은 연출이다.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미술감독 폴 키이브가 참여하기도 했다. 세트는 단순해 보이지만 지금의 무대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들이 응축돼 있다. 김우형은 “진부할 수도 있는 고전을 현대의 기술과 버무렸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공연”이라며 “국내 공연 중 가장 많은 LED를 사용해 입체적인 공간을 만든다. 마이크를 두 개 차는 경험도 특별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많은 변화를 초래했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손대면 톡하고 울 것만 같은 시대잖아요. 저도 관객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이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은 방역 수칙을 지키며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 탓에 삶을 멈출 수 없듯, 공연도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할 일이니까요.”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