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도 새해 들어 3주 연속 상승 폭을 키웠다. 정부가 올해 설 명절 이전 ‘특단의 공급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다시 과열세 조짐이 보이며 꿈틀거리고 있다. 지방 역시 지난해 말 정부의 규제지역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이 소폭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은 1월 셋째 주(1월 18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29% 올랐다고 21일 밝혔다. 지난주(0.25%)보다 상승 폭은 확대됐다.
수도권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31% 상승하며 부동산원이 통계를 작성한 이후 8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책에 따라 지방으로 옮겨갔던 상승 열기가 다시금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역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와 인천이 지난주 각각 0.36%에서 이번 주 0.42%, 0.40%로 모두 상승 폭을 키웠다. 경기에서는 양주시가 1.27%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부동산원은 “양주시의 경우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과 지하철 7호선 연장 등 교통 호재 영향으로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인 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렸다”라며 “새해 들어 1.44%, 1.35%, 1.27% 등 3주 연속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의왕시(0.44%→0.97%)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고양시 덕양구(1.06%→1.10%)·일산서구(0.78%→0.81%), 용인 기흥구(0.29%→0.63%), 남양주시(0.64%→0.77%) 등도 상승 폭을 키웠다. 특히 고양 덕양구에서는 도내동 고양원흥동일스위트 전용면적 84.983㎡가 이달 5일 11억원(9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는 지난달 19일 9억원(21층)이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2억원이 뛴 셈이다.
남양주시에서도 별내·다산신도시 등 주요 단지에서 신고가 경신이 이어졌다. 별내동 포스코더샵 116.59㎡는 이달 9일 9억2700만원(22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지난달 당시 최고가격 거래인 8억8500만원에서 한 달 만에 4000만원 넘게 오른 것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교통망 및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이 있는 지역 위주로 아파트값이 키 맞추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까지 서울은 물론 지방까지 계속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여겨지는 수도권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 폭은 전주에 비해 더 확대됐다. 지난주 0.07%에서 이번 주 0.09%로 상승 폭이 커졌다.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7월 둘째 주(0.09%)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 기록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가 ‘끝물’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시장을 중심으로 나온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8~11월 매주 0.01∼0.02% 수준으로 오르며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4주 0.03%, 0.04%, 0.05%, 0.06%로 매주 상승 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새해 들어 3주 동안 0.06%, 0.07%, 0.09% 등 오름폭을 키우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송파구가 0.18%로 지난주(0.14%)에 이어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부동산원은 “송파구는 잠실동 인기 단지와 재건축 단지 위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강남구(0.10%→0.11%)와 서초구(0.10%→0.10%) 역시 각각 압구정동, 반포동 등의 재건축 단지 위주로 올랐다. 이밖에 동대문구(0.09%→0.15%), 강동구(0.11%→0.11%), 마포구(0.10%→0.11%), 광진구(0.08%→0.11%), 강북구(0.05%→0.10%) 등도 0.10% 넘게 오르는 등 상승세가 전주보다 뚜렷해졌다.
지방은 지난주 0.25%에서 이번 주 0.26%로 소폭 상승했다.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는 0.32%에서 0.33%로 경기도를 제외한 8개 도는 0.18%에서 0.20%로 모두 상승 폭을 키웠다.
지방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말 규제지역을 확대한 이후 해당 지역의 상승세는 다소 꺾였지만, 이보다 한 달 앞서 규제가 가해진 지역과 규제를 비껴간 일부 지역은 다시 상승률이 높아졌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17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서구(0.19%→0.13%)와 사상구(0.37%→0.27%), 강서구(0.22%→0.20%) 등은 상승세가 꺾였다. 하지만 한 달 앞서 규제지역으로 묶인 남구(0.57%→0.72%)와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기장군(0.49%→1.04%)은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전세난도 전국적으로 심화하는 모양새다. 전국 전셋값(0.25%→0.24%)은 전국적으로 물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7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서울(0.13%)은 4주 연속 횡보하며 82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강남권은 송파구(0.21%)가 문정동 등 역세권과 거여동 위주로, 서초구(0.11%)는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잠원·방배동 위주로 올랐다. 강남구(0.15%)는 대치·수서동 위주로 상승 폭이 컸다. 경기는 지난주 0.26%에서 이번 주 0.25%로, 인천은 0.37%에서 0.30%로 각각 상승률이 하락했다.
세종은 지난주 1.67%에 이어 이번 주 1.17%로 낮아졌지만,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대전(0.43%→0.48%)과 부산(0.31%→0.33%)은 전셋값 상승 폭이 커졌고, 대구(0.26%→0.25%), 광주(0.16%→0.15%), 울산(0.43%→0.40%) 등은 상승 폭이 줄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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