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1989년 보편적 건강보장제도를 실현함으로써 국민의료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코로나19의 대 확산 시기에도 유럽과 미국 등에서 중환자실이나 병원 병실이 없어 야전 침대를 설치하거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였지만, 우리나라는 코로나 환자의 80% 가까이를 전체 의료기관의 10% 밖에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하였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공공의료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휘하였다.
이에 비하여 민간건강보험제도가 지구상에서 가장 꽃이 핀 세계최강국 미국의 경우에는 코로나 19 앞에서 확진자 9천3백만명, 사망자 약 200만명, 사망률 1.7%(1월14일 현재)로 크게 휘청거리는 것을 볼 때, 민간의료보험체계로써 전국민의료보장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학설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어서 시사하는 바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유사한 건강보장체계를 갖고 있는 일본은 총 병상 중에서 27.2%, 독일은 40.7%의 공공의료 병상을 갖추고 있음에도 코로나 19를 우리만큼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였다.
예를 들어 지금 일본은 코로나 공격에 심각한 병상부족으로 아우성이다. 우리의 경우 공공의료는 비록 양적으로는 충분치 않지만 의료진들의 높은 책임의식과 솔선수범 그리고 국민들의 수준 높은 방역의식 덕분에 코로나 19 방역의 모범국가로 평가 받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IMF외환위기 때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금모으기 운동’을 전개했던 그 정신과 지금의 높은 방역의식은 그 뿌리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하에서도 우리가 자랑하는 국민건강보험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면서 맡은 바 소임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충실하게 수행해오고 있다. 그동안 추진해온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제도와 상급병실료차액과 특진제도 및 MRI 등 3대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등의 개혁작업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서비스의 적정화에 크게 기여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앞으로도 중단없이 버팀목 역할을 수행할 것이고 마땅히 수행해 나가야할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그 하나는 위에서 본 코로나 19 척도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보다 특히 더 잘 해온 국가가 있으니, 대만과 뉴질랜드와 호주 등을 예시할 수 있다. 우리는 체계가 서로 다른 이 세 나라의 의료보장제도를 예의 주시해보고 분석해서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국민건강보험의 재원조달기능을 공공의료체계의 개혁에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주문이다. 예를 들면, 왜 제 2의, 제 3, 제 4의 일산공단병원이 없는가?! 이 질문은 필자가 20세기 말 경 ‘보험자 직영병원 건립 타당성연구‘를 실시하면서 던졌던 질문의 연장선에 위치하고 있다(참고로 일산공단병원은 2000년 6월에 개원했다).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19하에서 현행 의료전달체계에 개선되어야 할 비효율과 시설수용자에 대한 방역서비스 불형평이 존재함을 적나라하게 보았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OECD평균의 1/10 수준이며, 이렇게 취약한 공공의료로 인해 지역간 의료공급과 건강수준의 불평등이 나타나고,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는 대학병원과 상급병원 쏠림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민간 중심의 의료공급으로 인해 표준 진료를 벋어난 과잉·과소진료 등으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 19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데 보건의료부문에는 비대면 온 라인 원격진료가 대세가 되고 있다. 민간의료단체도 종래의 무조건적 대면진료의 원칙 고수를 변경 또는 수정보완 또는 대체해야 할 시점인 줄로 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원격의료와 대면진료가 상호 보완하는 방향이 될 것이지만, 의료계의 희망과는 반대로 비대면진료의 비중은 해를 거듭할 수록 증가할 것이다.
이처럼 급변하고 있는 시대상황 속에서 기존의료체계의 비효율과 결함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가? 이미 해답의 일부는 나와 있다. 공공의료의 확충으로 빈자와 고령자에게 더욱 불리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이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다. 공공병상증설계획의 추진에서 보험자와 정부와 소비자 단체 또는 의료공급자 단체는 역할과 기능을 분담 또는 협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민건강 2030‘에는 적정규모의 권역별 공공의료 확충계획이 명시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공공병상증설계획이 단계적으로 구체화되면, 모든 국민은 어느 지역에 살든지, 언제나 필수의료 서비스를 적기에 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국민전체의 평균적인 건강수준이 향상될 것이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안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오늘과 미래사회의 국민건강의 버팀목이 될 공공의료가 확충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우선, 국민의 혈세인 건강보험료 낭비요인을 없애고 효과적이고 빠른 진료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우리는 지금 의료기관 병상당 미화 1만불을 투자하던 70~80년대의 의료장비 인프라 구축시대에서 병상당 미화 10만불 내지 20만달러를 투자하는 인공장기이식과 초정밀의료시대를 지향하고 있다. 병상이 대단히 비싼 의료자원임을 고려하면 투자 효율의 추구가 마땅하다.
공공의료의 확충은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와 취약지구의 주민건강 증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구비요건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공공병상은 환자에게 적합한 표준 진료나 양질의료 도입의 테스트 벳드로서의 역할 수행에 필요하고, 새로운 보건의료정책 수립을 위한 모델병상으로서, 또는 전염병 및 재난대비용 격리·수용 시설로서 국가나 지역사회의 상비시설이 되어야 하며, 특정시범사업 등 정책집행 수단으로서도 활용될 것이다.
이러한 제반 용도는 한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꼭 필요한 과제들이며, 민간의료를 바람직스런 방향으로 선도하는 방향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욕심을 내면, 공공의료기관의 시설·장비 개선 등을 통해 국내 의료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서 우리나라가 21세기 최고의료강국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뿐만 아니라 생체 조직의 신호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켜 공공의료기관이 지역사회내 주민생활의 편의를 극대화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병상확충이 정보통신기술(ICD)을 기반으로 하는 유토피아 실현의 한 수단이 될 것인지 아니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나 헉슬리의 디스토피아로 연결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와 이의 실현 여부에 달려 있다. 우리가 행동하기 나름이라는 의미다(문옥륜 서울대 명예교수).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