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모(37)씨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변론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13일 정부의 무책임을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직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재판에서 국가 측 대리인(정부법무공단)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 부분이 아쉽다”며 “정부법무공단은 세금으로 설립된 기관인데 어떻게 피해자 진술에 반박하는 주장을 하며 소송을 대리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이날 최씨가 국가와 경찰관·검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가 최씨에게 13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또 최씨의 어머니에게 2억 5000만원, 동생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도 했다. 특히 재판부는 전체 배상금의 20%를 최씨를 강압 수사한 경찰관과 이후 진범으로 밝혀진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검사가 부담토록 했다.

박 변호사는 “수사 기관에서 이번 일을 선례로 삼아 인권을 지키고 진실을 위해 수사하는 업무 관행이 자리를 잡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국가 측이나 개인 피고가 항소할지도 모르지만, 아주 의미 있는 판결로 마무리되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안타까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감정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판결에 대해서는 “원고가 주장한 내용 대부분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 같아 만족한다. 공무원들 개인의 책임이 인정된 부분도 의미가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승소한 금액을 알려드렸는데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재판 과정에서 많이 힘들어했다”며 최씨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최씨는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씨는 16세였던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쯤 전북 익산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모(당시 42)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그러던 중 경찰은 2003년 ‘진범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김모(40)씨를 체포했다. 누명이 벗겨지는 듯했던 사건은 검찰에 의해 한번 더 좌절됐다. 검찰은 김씨가 수사초기 자백을 번복하자 이를 토대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결국 최씨는 형기를 다 채운 뒤 출소했고, 2013년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박 변호사가 재심 내내 최씨를 변론했다. 2016년 11월,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며 최씨는 지긋지긋한 누명을 벗었다. 경찰도 그제서야 김씨를 다시 붙잡았고, 유죄가 인정돼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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