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하는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전은 이렇게 진달래&박우혁의 설치 작품을 통해 도입부터 디자인과 건축의 화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88서울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만들어진 여러 층위의 건축적 사건과 디자인 사물을 ‘올림픽 효과’라는 키워드로 재조명한다. 각종 아카이브와 디자이너, 사진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기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자체가 88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에 자랑한 번듯한 미술관 건물이 필요하다는 전두환 정권의 구상에서 출발했다. 이번 전시는 과천관의 탄생을 사회학적 맥락에서 돌아보는 기획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전시는 ‘올림픽 이펙트’ ‘디자이너, 조직, 프로세스’ ‘시선과 입면’ ‘도구와 기술’ 등 4부로 구성이 됐다. 우선 올림픽 이펙트에서는 개·폐회식 미술감독이었던 이만익의 아카이브가 최초로 공개된다. 또 백남준의 ‘다다익선’과 김수근의 올림픽 주경기장 모형을 통해 올림픽을 계기로 탄생한 기념비적 예술과 건축을 보여준다.
2부 ‘디자이너, 조직, 프로세스’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디자이너, 건축가들의 사회적 위상 변화, 조직과 시스템의 재구축 현상 등을 다뤘다. 올림픽 당시 삼성과 금성(LG), KBS를 비롯한 대형 조직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이들의 영상 인터뷰와 관련 자료가 눈길을 끈다. 유명 건축가나 타이포그래퍼가 아니라 일선 현장에서 조직의 일원으로 일했던 보통 사람들을 발굴해 보여준다. 이들이 디자인했던 휴대전화와 청소기 TV 전자레인지 등의 공업 디자인, 자동차 디자인 등이 레트로 감성을 건드린다.

전시장 전반에 흐르는 것은 이런 레트로 감성이다. 모눈종이로 디자인한 호돌이, 한자로 삼성(三星) 로고가 쓰인 책자 등 그때 그 시절의 아카이브 자료가 곳곳에 있다. 3부 시선과 입면에서는 올림픽이 바꾼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시선을 돌리게 한다. 모형제작사 기흥성이 제작한 63빌딩, 벽산빌딩, 올림픽주경기장, 무역센터 등의 모형이 전시됐다. 기흥성은 당대 최고의 모형 제작사였고, 김수근 등 유명 건축가들이 그와 작업했다. 최용준 사진작가가 성화봉송로 주변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사진으로 찍어 올림픽 효과의 정면을 보여줬다면, 구본창 사진작가가 당시 찍은 사진들은 올림픽 욕망에 들떠 가난하고 흉한 것은 가리고 감추던 무대의 이면을 들춰낸다.

마지막 4부 도구와 기술에서는 올림픽 전후 고도의 산업화 시대에 진입하며 한국 사회에 성큼 들어온 컴퓨터와 웹의 세계를 조망한다. 자와 컴퍼스 같은 아날로그 설계 도구들이 즐비한 사무실 풍경과 컴퓨터와 캐드(CAD) 프로그램 도입으로 미끈하게 변한 사무실 풍경을 실물과 모형을 통해 재현했다.
현대미술 전시에서 설명은 사족이다. 오히려 관람객이 느낄 감동의 성격을 제한하는 역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다르다. 아카이브(자료) 전시의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지면 자칫 지루해줄 수 있는 전시가 재미있어져 몰입도를 높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4월 15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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