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 금은방 털어…‘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Է:2021-01-07 10:36
:2021-01-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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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부서 특수절도 혐의 임모 경위에 구속영장 신청 방침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현직 간부급 경찰관이 금은방에서 수천만 원어치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가 붙잡혔다. 범죄자 검거에 나서야 할 ‘민중의 지팡이’가 되레 절도범으로 둔갑한 것이다.

국가수사본부 출범과 수사권 조정 등으로 한껏 위상이 높아진 경찰은 연초부터 불거진 ‘경찰관 범죄’로 인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전 근무지에서 영업 중인 금은방을 턴 혐의(특수절도)로 임 모(45) 경위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임 경위는 지난달 18일 새벽 4시쯤 광주 남구 월산동 한 금은방에 침입해 2500만 원 상당의 금반지와 목걸이 등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혐의다.

임 경위의 범행과정은 여느 범죄자보다 치밀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미리 준비한 일명 ‘빠루’라는 공구로 잠겨있던 금은방 문을 부수고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제 셔터의 자물쇠를 가져간 공구로 잘라낸 뒤 유리 진열대를 깨 금반지와 금목걸이 등을 챙겨 가방에 담아 달아났다. 불과 1분 만에 범행을 끝낸 그는 CCTV에 인상착의를 노출하지 않는 것은 물론 범행에 사용한 차량의 번호판까지 가렸다.

지문을 현장에 남기지 않기 위한 장갑은 기본기에 불과했다.

범행 직후에는 출동한 사설경비업체의 추격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전남 장성과 영광 등 인적이 드물고 CCTV가 많지 않은 한적한 장소를 이곳저곳 거쳐 잠적했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완전범죄’를 하기 위한 고도의 술책이었다.

범행을 위해 연차 휴가를 낸 그는 다음날인 19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태연히 소속 파출소에 출근 해 근무하다가 며칠 전 평소 앓고 있던 지병을 이유로 병가를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은방이 털린 범죄현장에서 DNA 등 별다른 수사단서와 흔적이 없어 고심하던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끈질긴 추적에 나섰으나 수사기법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는 임 경위의 지능적 도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인근 사설 CCTV까지 이 잡듯 훑은 끈질긴 탐문 수사를 벌인 결과 범행 20일 만인 6일 밤 11시쯤 지역 모 대학병원에 지병으로 입원 중인 임 경위를 긴급 체포해 범행동기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임 경위는 과거 자신이 근무해 지리적 여건을 잘 알고 있던 데다 보안경비 시스템이 비교적 허술한 소규모 금은방을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현장은 현재 근무 중인 광주서부경찰서 모 파출소에서 승용차로 불과 10여 분쯤 떨어진 곳이다.

임 경위는 검거 직후 범행을 순순히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전담수사팀은 임 경위가 훔쳐간 귀금속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귀금속을 장물로 처리하지 못하고 특정 장소에 보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임 경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임 경위가 소속된 광주 서부경찰서는 아직 공식 통보가 없어 직무배제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광주에서는 지난해 11월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청연메디컬그룹에 경찰관 다수가 고리의 ‘사채놀이’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의 명예가 실추됐다. 경찰은 청연메디컬그룹 관계사 5곳을 이끌어온 청연한방병원 대표원장 이 모(46) 씨 등에게 대여금 사기를 당했다는 고소장이 제출되자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료 경찰관이 금은방 절도사건의 범행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카드·도박 빚 등 2억 원대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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