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학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제공하는 조치가 잇따르자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학교 측 결정에 며칠 만에 이사를 하거나 자취방을 구하는 학생들도 나온다. 학생들은 방역 당국의 대책 미비가 오롯이 개인들의 주거권 침해와 경제적 손실로 돌아온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립대, 고려대, 연세대 등은 대학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방역 당국에 제공키로 결정했다. 경기도에선 경기대 등이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로 하고, 학생들을 퇴거시키고 있다. 서울대 등 수도권 소재 다른 대학들도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택권 없이 이사를 강요받은 학생들은 주거권 보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시립대 기숙사에 거주하던 김모(35)씨는 지난주 학교 측으로부터 갑자기 “일주일 내로 퇴거하라”는 통보를 받고 며칠 사이 경기도의 본가로 짐을 옮겨야 했다. 김씨는 “동계기간 입주 신청 때 ‘퇴거할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긴 했지만, 갑자기 통보받아 급하게 이사하느라 자취방을 구할 새도 없어 본가로 옮겨야 했다”며 “내년 1학기 기숙사 입주 신청 여부도 결정된 것이 없어 내년 거주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생활비가 빠듯한 학생들에게는 기숙사에서 나갈 경우 경제적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서울대 기숙사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A씨(29·여)는 최근 기숙사에서 짐을 빼야 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학교 근처 자취방 월세가 최소 40~50만원씩 하는 탓에 통학에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기도 고양시 본가로 돌아가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A씨는 “겨울방학 중이라도 논문과 조교 업무 등 때문에 학교에 오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자취를 할 경우 기숙사에 살 때보다 매달 20~30만원 가까이 부담이 커지니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학생들은 선택지가 없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우려에 아예 짐을 빼 본가로 돌아가거나 학교 방문을 자제하는 학생들도 나온다. 서울대 기숙사에 거주하던 B씨도(30) 아직 2학기 수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학기말 준비와 조교 업무를 해야 하지만 이달 초부터 일찌감치 기숙사의 짐을 빼 충청도 본가에 기거하고 있다. B씨는 “방학 동안 입주 신청을 해놨지만 갑자기 생활치료센터로 이용돼 취소될지도 몰라 미리 최대한 짐을 빼놨다”며 “학교 안을 오가다 혹시 감염될지도 몰라 학교 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피해보상 대책이 미비한 것도 학생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김씨는 “학교 측에서 대체 숙소를 마련해 준다지만, 이는 거주할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소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결국 유학생들 위주로 대체숙소에 입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사하는 학생들에게는 이사비용 6만원 또는 용달을 제공해주는 식으로 보상책을 제안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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