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삼성전자, 카카오가 인공지능(AI) 협력을 발표한 이후 내놓을 첫 결과물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국내 대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서 사업성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머리를 맞대겠다는 취지다.
3사는 내년 상반기 팬데믹 극복을 위한 AI 플랫폼을 선보이겠다고 22일 밝혔다. 코로나19가 경제·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사업적인 목적보다 공공 이익을 위한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각 사는 CTO(최고기술경영자) 또는 AI 전문 임원급이 참석해 공동 개발을 추진하는 ‘AI R&D(연구개발) 협의체’를 결성하기로 했다.
3사의 협력은 지난 1월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글로벌 AI 전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국내기업 간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3사는 각각 이동통신(SK텔레콤), 스마트기기(삼성전자), 메신저 플랫폼(카카오) 등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AI 기술 고도화에 나서온 이들은 빠르게 협력 방안을 논의할 실무진 구성에 나섰다. 이후 수시 온라인 미팅과 격주 단위의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논의를 구체화했다.
그 결과 내년 상반기 선보일 첫 합작품으로 ‘팬데믹 극복 AI’ 플랫폼이 출범하게 됐다. 사용자 위치 주변의 코로나 위험 상황을 AI가 실시간 파악하고, 위험도를 분석한 뒤 거리 두기를 권고하거나 우회 경로 등을 안내하는 방식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AI가 빅데이터, 공공 재난 정보, SNS 등에서 취합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일정, 평소 이동 경로에 맞춰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엔 태풍, 폭우 등 재난·재해 상황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3사는 ‘팬데믹 극복 AI’를 일반에 공개할 특정 서비스로 만들기보다는 개발자·연구기관·사업자 등 외부에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개해 생태계 확산을 추구하는 ‘백엔드 플랫폼’ 형태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제3자의 앱 서비스 개발을 지원해 AI 기술 저변 확대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3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T맵·카카오맵)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3사는 ‘팬데믹 극복 AI’를 시작으로 고령화, 미세먼지 등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한 AI 연구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향후엔 국내외 사업자의 참여를 추가로 이끌어내 ‘글로벌 AI 얼라이언스’ 수준으로 규모를 키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이번 3사의 협력은 사회적 난제 해결에서 시작해 국내 AI 생태계 성장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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