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 때문에 대학병원 분만실 출입을 거부당한 임신부가 결국 사산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수도권의 의료마비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Jtbc 뉴스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에 사는 한 임신부는 고열로 대학병원 분만실을 찾았으나 출입을 거부당했다. 분만실 이용을 위해서는 사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 임신부는 3시간 동안 경기도 내의 응급실을 돌아다녔지만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다. 결국 뱃속의 아이는 목숨을 잃었다.
이에 관할 소방서는 Jtbc에 “조산 기미가 있었지만 고열 증상으로 신고된 환자여서 응급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사례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여러 병원에서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어린아이의 화상 치료를 거부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제가 14일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그런데 오후에 둘째 애가 라면을 쏟아 화상을 입었다”며 “119로 병원에 가서 어렵게 응급조치를 받고 (아이가) 밀접접촉자라고 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2도 화상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자가격리 중이라 아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다행히 아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져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 다음 날인 16일 글 작성자는 “정말 감사하게도 성남 분당구 화상전문병원 원장님께서 앰뷸런스 타고 오셔서 보건소 직원분들과 함께 제 아이 상처를 치료해 주셨다”고 했다.
진료 골든타임을 놓쳐 상태가 악화하거나, 심지어 뱃속의 아이를 잃는 사례가 이어지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공포로 인해 진료 거부가 만연화됐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서주현 명지병원 응급의료학과장은 “코로나 환자인지 점검하는 과정이 추가되며 응급, 준응급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석환자 등 정기적으로 병원을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의 병원 이용이 아주 어렵다. 자가격리자도 병원에 가려면 보건소 통제를 받는데 기하급수적으로 자가격리자가 늘어 보건소도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응급실 병상이 1인실이 아니면 테트리스 게임이다. 응급실 환자 상당수가 열나서 온다. 이런 사람들이 격리실을 채우면 다른 열나는 환자를 안 받는다. 비격리실에서 코로나를 퍼뜨릴까 봐”라며 “서울 전역에서 격리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열나는 환자 치료를 거부해 오시는 분들이 많다. 얼마 전 안성에서 환자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119가 30여 군데 병원에 연락했는데 수용 불가라고 해서 결국 사망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모든 응급실 병상을 격리실로 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기술적, 비용적으로 어려워 많은 병원이 그렇게 못하고 있다”면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 마스크 쓰기와 기본수칙 지키고 손씻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수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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