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집 인근 놀이터에서 친구와 부딪힌 사고로 사망한 6살 남자아이의 엄마가 올린 청원이 청와대 답변 기준인 동의 20만명을 마감 당일 가까스로 넘겼다. 엄마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아이 여러 명을 소수의 교사가 돌봐야 하는 제도의 허점을 담담히 지적했다. 아이를 잃은 죄책감과 괴로움과 그리움을 다른 이가 겪지 않았으면 한다며 올린 엄마의 절절한 호소는 여러 맘카페에 퍼졌고 많은 엄마·아빠를 울렸다.
인천 어린이집 놀이터 사망사고와 관련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은 12월 13일이 마감일이었다. 지난달 13일 시작된 이 청원은 한 달 뒤인 13일 오후 기준 동의 인원인 20만명을 넘겼다. 최근 지역 맘카페에는 이 청원글이 알음알음 퍼졌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전화를 받은 아이를 잃은 엄마는 놀이터 부딪힘 사고로 아이를 잃을 줄 꿈에도 몰랐다. 여섯 살 난 아이는 지난 10월 21일 어린이집 인근 놀이터에서 놀다 친구와 부딪혀 넘어졌고, 그때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사고로 이틀 뒤 사망했다. 엄마는 청원글에서 “10월 23일 금요일 오전, 이틀 만에 우리집 6살 슈퍼히어로는 더 신나는 모험을 위해 우리 곁을 떠났다”며 “그림 그리기와 히어로, 변신로봇을 좋아하고, 어린이집 하원할 때마다 엄마 선물이라며 그날 그리고 오린 것들을 한아름 주는 아들, 곧 2돌 되는 남동생과 매일 다투면서도 동생이 울면 가장 먼저 뛰어가는 형아, 꿈 많은 만 5살, 평범한 남자아이였다”며 황망해했다.
엄마는 “친구와 이마로 부딪혔다 했는데 왜 오른쪽 옆 머리에 골절과 뇌출혈이 생겼는지, 다음날 CCTV 확인 결과, 코로나와 미세먼지로 야외활동을 못했던 아이들이 오랜만에 나와 정신없이 뛰어놀다, 우리 아이와 다른 친구가 서로를 보지 못하고 달려가다 부딪혔고, 우리 아이는 그 충격으로 바닥으로 넘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며 “우리 아이가 뛰어놀고 있던 곳은 어린이집 놀이터(푹신한 재질의 바닥)가 아닌, 그 놀이터와 바로 이어진 옆 아파트 관할의 농구장(우레탄 바닥)이었다”고 했다.

엄마는 “제게 전화했던 원장님도, 응급실에서 만났던 담임교사와 양호선생님도 우리 아이가 바닥에 부딪혔다 말하지 않았다”며 “그 당시 못 보신거겠지요.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에 있다”고 했다.
그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현실적으로 어린이집에 자식을 믿고 맡길 수밖에 없는 부모와, 에너지 넘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10~20명까지 돌봐야 하는 담임보육교사,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하게 보살핌 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 이 모두를 위해 연령별 담임보육교사를 증원하는 법령을 만들고자 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고 당시에도 담임교사 1명이 원아 19명을 돌보며 야외활동을 하였다고 한다”며 “이에 저는 현 인원 대비율을 반으로 줄이고 야외놀이 시 보육교사 인원 대비도 의무사항으로, 아래와 같은 대비율로 개정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 “내 자식 2명도 한꺼번에 보기 힘든데, 어떻게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 20명을 교사 1명이 일일이 보살피고 혹시 모를 상황에 미리 제어할 수 있을까”라며 “아이들의 활동범위가 넓은 야외활동 시 추가 지원교사나 어른이 있다면, 정확한 상황 파악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가 줄어들까”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맞벌이 부부이며, 친가와 외가의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첫째를 생후 100일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며 키워왔다는 엄마는 “웃음 많고 잘 삐지기도 하지만 말을 참 예쁘게 하던 우리 아이를 그렇게 키울 수 있었던 건 다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원장님들 덕이라고, 반은 어린이집이 키워주고 있다 생각했다. 불안하지만, 믿지 않으면 보낼 수 없고, 보내지 않으면 생활이 안 되니 믿고 보낼 수밖에 없는,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부모님들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망 사고를 겪은 아이의 담임교사가 대체보육교사가 어린이집에 출근해 일을 한 점 등을 언급하며 “아이들이 놀면서 미처 다른 사람을 보지 못하고 부딪히는 일, 바닥에 넘어지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요. 해당 교사에게 이 일은 어떤 트라우마로 남을까요” “그 교사는 매일 무슨 마음으로 어린이집에 출근을 했을까요. 이 또 얼마나 잔인한 현실인가요” 등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담임보육교사 대 원아 인원 비율을 수정하고, 야외놀이 시 인원 비율을 법령으로 개정하여, 우리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잘 자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엄마가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청원 제목은 ‘놀다 친구와 부딪힌 사고로 우리 집의 6살 슈퍼히어로가 하늘나라로 출동했습니다. 어린이집 원아 대 담임보육교사 인원비율 및 야외놀이 시 인원비율에 대한 법령 개정을 바랍니다’이다. 엄마는 최근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생전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을 좋아했다면서 “수의도 스파이더맨 입혀서 보냈다”고 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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