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부인과 의사를 사칭해 미성년자에게 성 질환이나 낙태 관련 상담을 해준다고 접근한 뒤 유사성행위·성관계·불법촬영 등을 온갖 성범죄를 저지른 30대 남성이 법정에 섰다. 그는 “성도착증이 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2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12개의 성범죄 관련 혐의로 기소된 A씨(34)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A씨의 휴대전화 등을 몰수하고 2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 동안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네이버 지식인’ 등 포털사이트 상담 게시판을 통해 7명의 미성년자에게 접근했다. 피해자들은 음부질환 또는 임신중절 관련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글을 남겼는데, A씨가 자신을 산부인과 의사라고 소개하며 접촉한 것이다.
그다음 진료를 해주겠다며 신체 특정 부위를 촬영해 보내라고 요구했다. 또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성관계하며 그 과정을 촬영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임신중절 관련 글을 쓴 피해자에게 “낙태 시술을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피해자가 남자친구와 함께 찾아왔음에도 “낙태 시술의 한 과정”이라며 유사성행위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범행을 위해 올해 초 폐업한 산부인과에 침입해 의약품을 훔친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완전 범죄를 꿈꾸며 전문의 자격증과 재직 증명서 등을 위조했고, 의학지식 상당수를 독학으로 익힌 뒤 미성년자들을 속이는 데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당시 A씨는 이미 여자 화장실 불법촬영 등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A씨의 악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면서 잠든 손님의 7살 딸을 추행하며 그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촬영한 영상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기까지 했다.
법정에 선 A씨는 자신이 인격장애와 성도착증 장애를 갖고 있다며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해당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법원 역시 이 점을 지적했고 범행이 매우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진 점 등을 종합해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성적 욕망 해소를 위해 민감한 부위의 질환과 임신 문제로 고통받는 어린 여성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며 “범행이 발각되더라도 어린 피해자들이 수치심에 이를 쉽게 주변에 알리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이 사건으로 심한 정신적 고통과 성적수치심을 느꼈다”며 “향후 건전한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이전과 같은 삶을 영위하는 데 악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큰 점,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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