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주시 서원구 일대의 가로수 600여 그루가 사라졌다. 왕복 6차선 도로 중간에 있던 가로수 자리에 공업용수를 기업체에 보낼 관로를 묻기 위해서다. 환경단체 등은 시민들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도시열섬 현상과 미세먼지 저감하는 기능까지 갖춘 도심의 가로수를 제거하는 사업을 규탄하고 있다.
9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청주 제2순환로의 일부 구간의 중앙 분리대에 심어둔 메타세쿼이아 161그루와 무궁화 485 그루 등 646 그루의 가로수가 뽑혔다. 하늘을 찌를 듯 곧고 바르게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와 가로수용 무궁화는 청주의 외곽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는 청주테크노폴리스에 위치한 SK하이닉스 신규공장에 하루 15만t의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855억원 전액을 부담해 청주광역정수장에서 SK하이닉스 신규공장까지 관로 15.15km를 연결한다. 이 사업은 오는 2023년 12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가로수가 뽑힌 구간에 대한 공사는 내년 12월쯤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시는 공사 구간의 교통량 확보를 위해 중앙분리대에 식재된 가로수를 철거하고 임시 차로를 확보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당초 두 개 차선을 막고 하천 정비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교통량 문제 때문에 나무를 임시로 다른 곳에 옮겨 놓았다”며 “이번에 뽑은 가로수는 전문 조경업체가 철저하게 관리한 후 다시 제자리에 식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나무를 뽑아서 다시 심는다는 것도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나무를 심더니 특정 기업의 공업용수 관로 공사를 한다고 나무를 뽑은 것은 무계획적이고 일관성 없는 행정”이라며 “가로수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충북도 역시 지난 9월 지방하천 정비사업이란 명목으로 30년 된 살구나무를 베어냈다. 도는 지난 2017년 청주를 덮친 수해로 피해가 잇따르자 가경천과 석남천을 취약지구로 선정, 558억원을 들여 하천정비 공사를 하고 있다.
도는 하천을 정비하면서 157그루의 살구나무를 베어냈다. 도는 적정성 논란이 일자 뒤늦게 나머지 672그루를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가경천 살구나무 거리는 1994년 쾌적한 주거환경과 가경동과 복대동을 살기 좋은 동네로 가꾸자는 취지로 조성됐다. 가경동 동부아파트에서부터 하복대 두진백로 아파트까지 7㎞ 구간에 살구나무 30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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