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온 메일 한 통의 기적… 코로나 후유증 교포, 폐이식 새 삶

Է:2020-12-0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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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후유증으로 고국에서 폐이식을 받은 멕시코 교민 김충영씨(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남편,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앞줄 오른쪽 첫번째) 등 의료진과 함께 건강 회복 기원 케이크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저희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폐이식이 꼭 필요합니다.”

지난 8월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서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의 90%가 딱딱하게 굳어 폐이식이 아니면 어머니를 살릴 수 없다는 다급한 메일 한통이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날아왔다. 현지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충영(55·여)씨의 아들 정재준(34)씨가 고국에 긴급 SOS를 보낸 것이다.

당시 멕시코는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었다. 더구나 멕시코는 폐이식 경험이 많지 않고 장기기증 문화가 보편화돼 있지 않아 뇌사자 기증 폐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현지 의료진의 말에 김씨와 가족들은 절망에 빠졌지만, 메일을 받은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담당 의료진에게 연락해 김씨의 폐이식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최종 이식을 결정했다. 머나먼 이국에서 보낸 한 통의 메일이 희망의 불씨를 살린 것이다.

한국대사관의 도움이 더해져 지난 8월 8일 인공호흡기와 에크모(인공심폐장치)에 의지한 채 에어엠뷸런스에 몸을 싣고 멕시코를 출발했다. 이후 캐나다 밴쿠버, 미국 알래스카, 러시아 캄차카 등을 잇는 1만2000㎞ 거리를 24시간 넘게 날아 다음 날 새벽 한국 땅에 무사히 닿았다. 한 달여 가까이 대기한 끝에 지난 9월 11일 김씨에게 맞는 뇌사자의 폐가 나왔다. 그리고 10시간 넘는 대수술로 김씨에게 다시 편안히 숨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 회복 과정에서 몇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잘 넘겼고 8일 4개월여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김씨는 “멕시코에서 코로나19 완치 후에도 폐렴과 패혈증, 폐섬유증까지 생겨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감격을 느끼고 가족, 의료진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아들 정씨는 “폐이식이 불가능한 멕시코에서 다시는 어머니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매일이 지옥 같았다. 건강을 되찾은 어머니를 보니 꿈만 같다”며 활짝 웃었다.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메일 한통이지만 의료진의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과 가족의 강한 의지가 더해져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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