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19일 재물손괴 혐의로 A씨(50)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상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30㎝ 쇠톱으로 동상 목 부위를 3분의 2가량 자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날 청남대 입장권을 끊고 들어온 뒤 가방에 숨겨온 쇠톱으로 폐쇄회로(CC)TV함 자물쇠를 훼손하고 동상에 접근했다.
다른 관람객의 신고를 받은 청남대관리사무소 측은 현장에서 A씨를 붙잡아 경찰에 인계하고, 대통령길을 폐쇄 조치했다.
A씨는 경찰에서 “서울 연희동 전두환 자택에 동상의 목을 보내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A씨는 자신을 5·18단체 화성지부 회원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정지성 충북 5·18 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공동대표는 “우리 단체와는 무관한 사람이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라며 “충북도가 책임 있는 행동을 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동상 철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북도의회에 관련 조례 제정을 요청했으나 세 차례나 상임위원회 상정이 보류되는 등 결국 무산됐기 때문이다.
도는 찬반 논란이 여전히 지속되는 점 등을 고려해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한 뒤 정책적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청남대는 옛 대통령 별장으로 제5공화국 시절인 1983년 건설돼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일반에 개방됐고, 관리권도 충북도로 넘어왔다. 도는 2015년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웠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산책길도 조성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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