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나온 아이패드 에어 4세대는 ‘생태계 교란종’이 될 뻔했다. 아이패드 프로와 똑같은 디자인에 성능마저 프로를 위협할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이 결정적인 사용자 경험에서 급 나누기를 하는 바람에 ‘생태계의 평화’는 유지됐다. 그만큼 새로운 아이패드 에어는 매력적인 제품이다.
프로 같은 에어
아이패드 에어 4세대는 외형적으로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모델과 거의 같다. 가로세로 길이는 동일하고 두께만 6.1㎜로 5.9㎜인 아이패드 프로 11인치보다 0.2㎜ 두껍다.
디스플레이 크기만 에어 4세대가 10.9인치로 11인치인 아이패드 프로보다 0.1인치 작다. 하지만 실제로 두 모델을 두고 비교해보면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에어 4세대가 전통적 색상인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외에 로즈골드, 그린, 스카이블루 등의 색상이 추가돼 구별이 가능한 정도다.
쌍둥이 같은 외모 덕분에 매직키보드가 호환된다. 에어 4세대는 충전포트도 USB-C를 쓰고 애플펜슬도 2세대를 적용하는 등 프로와 같은 노선을 걷는다.
외형뿐 아니라 성능도 에어 4세대는 프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에어 4세대는 A14 바이오닉 칩셋을 탑재했다. 아이폰12 시리즈에 들어간 칩셋이다. 프로 11인치 2세대에 들어간 A12Z, 1세대에 들어간 A12X와 수치상으로는 유사한 성능을 낸다. 5나노 공정으로 만든 A14 바이오닉은 7나노 공정인 A12보다 성능과 전력효율이 뛰어나다. 하지만 A12를 바탕으로 업그레이드한 A12X와 A12Z는 A12보다 성능이 더 좋다. 때문에 A14와 A12Z의 전반적인 성능은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다.
11인치 프로 1세대와 에어 4세대에서 같은 앱을 실행시키면 실행속도가 대부분 비슷했다. 고사양 게임의 경우 에어 4세대 쪽이 프레임 저하가 좀 더 있었지만 양쪽 모두 쾌적하게 할 수 있었다. 에어는 애플 라인업에서 고급이 아니라 중간쯤에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여기에 에어 4세대는 애플펜슬 2세대를 사용한 필기 경험, 증강현실(AR) 기술을 사용하는 다양한 앱까지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의 태블릿PC 라인업은 ‘아이패드-아이패드 에어-아이패드 프로’로 구성돼 있다. 아이패드는 보급형, 프로는 고급형 모델로 구분된다. 에어는 둘 사이의 중간값이다. 아이패드는 교육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프로는 전문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맞는 모델이다. 에어는 적당한 성능과 가격의 타협이 이뤄지는 지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델이다.
이번에 아이패드 8세대 모델이 나오면서 전반적인 성능 향상이 이뤄졌고, 거기에 맞춰 에어는 프로 쪽으로 좀 더 가깝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보급형 라인업에서 일반 아이패드와 에어를 구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프로모션, 페이스ID로 급나누기
프로와 에어를 구분하는 큰 특징은 두 가지다. 우선 에어 4세대는 화면을 부드럽게 보여주는 ‘프로모션’ 기능이 없다. 프로모션은 주사율이 120㎐ 구현돼 스크롤할 때 부드러운 화면을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이는 기존 프로 사용자가 에어 4세대로 내려올 일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프로모션은 일단 한 번 경험하면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비가역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 프로 사용자는 계속 프로를 쓰고, 에어나 아이패드를 쓰던 사용자는 장기적으로 프로로 업그레이드하라는 애플의 ‘큰 그림’으로 보인다.

또 에어 4세대는 전면에 ‘트루뎁스’ 카메라가 없다. 따라서 페이스ID를 쓸 수 없다. 대신 지문인식을 하는 터치ID가 이전처럼 유지됐다. 그런데 에어 4세대는 홈버튼이 없는 전면 스크린을 채택했기 때문에 지문인식이 전원 버튼으로 이동했다. 터치ID도 편리하지만 개인적으로 페이스ID를 경험한 이후에는 터치ID가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부분도 분명 프로와 에어를 구분짓기 위한 애플의 ‘급나누기’란 생각이다.
프로 11인치 2세대는 가장 저렴한 128GB(와이파이) 모델이 102만9000원이다. 에어 4세대는 64GB(와이파이) 모델이 77만9000원으로 제일 싸다. 같은 256GB(와이파이) 용량으로 보면 에어 4세대가 97만9000원으로 115만9000원인 프로 2세대보다 18만원 저렴하다. 프로모션과 페이스ID가 18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프로로, 그렇지 않다면 에어 4세대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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