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체납한 상태로 한국 국적을 말소하고 외국으로 이민갔다가 외국인 신분으로 다시 국내에 들어오는 등으로 신분세탁을 한 체납자들이 국내에서 버젓이 경제활동을 하다 경기도에 무더기로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외국인 신분을 악용해 체납처분 사각지대에서 부동산과 차량 구입, 사업체 운영 등을 해왔던 것이다.
평택시에 살던 A씨는 지난 2014년 세금 4백만원을 체납했다. 세금을 체납한 상태에서 외국으로 이민을 간 A씨는 2018년 외국인 신분으로 한국에 다시 들어왔다. 이후 A씨는 외국인등록번호를 이용해 서울 신사동에 토지를 구입했다가 이번 조사에서 적발됐다.
성남 거주 B씨는 2015년 재산세 등 300만원을 체납했으나 체납액은 결손처리됐다. 외국이민자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외국인번호로 분당과 제주도에 부동산을 구입한 것이 적발돼 이들 부동산에 대해 경기도는 압류 조치를 취했다.
용인 거주 C씨는 2016년 자동차세 등 500만원을 체납했다. C씨는 체납한 상태로 이민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외국인 신분으로 의료업 분야 학원을 운영하다 적발됐다.
경기도는 이처럼 체납 상태에서 국내 경제활동 중인 83명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도에 따르면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만 총 14억6000여만 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17명에게 외국인번호로 국내에서 취득한 부동산과 차량을 모두 압류했다.
나머지 체납자 66명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통해 매출채권이나 급여 압류 등 후속 조치할 예정이다.
도는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국내 등록된 외국인번호 약 360만 건과 국적말소 체납자를 대조해 1차로 조사 대상 신분세탁 의심자 1415명을 가려냈다며 이들에 대한 2차 확인 작업을 통해 최종적으로 체납자 83명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원삼 도 조세정의과장은 “이번에 적발된 체납자들은 외국인 신분으로 구입하는 부동산 등은 적발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성실납세 분위기 조성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위법행위를 뿌리 뽑고 공정 과세 실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 체납세금을 끝까지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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