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21세기 타선을 책임진 김태균(38)이 방망이를 내려놓는다. 선수로 20시즌을 활약한 베테랑은 새로운 간판타자를 찾아야 하는 팀의 미래와 자신의 ‘야구인생 2막’을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
한화는 21일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이 현역 선수에서 물러난다. 최근 성장세를 나타내는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 주기 위해 은퇴 의사를 구단에 전해 왔다”며 “김태균은 내년에 전력 회의와 해외 훈련에 참여하는 단장 보좌역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균은 현재 부상으로 한화 1군 선수단에서 이탈해 있다. 지난 8월 16일 왼쪽 팔꿈치 충돌 증후군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다. 공교롭게 같은 달 하순 한화 2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선수들이 격리되면서 김태균의 정상적인 재활도 불가능했다. 최원호 1군 감독대행은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김태균이 시즌 중 돌아오기 어렵다”는 말로 사실상 ‘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한화는 관중석을 제한적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을 고려해 김태균의 은퇴식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김태균은 22일 한화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소회를 밝힐 계획이다.
김태균은 충남 천안 북일고를 졸업한 2001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2010년에 건너간 일본 지바 롯데 말린스에서 두 시즌을 활약하고 2012년에 돌아온 곳도 한화였다. KBO리그 통산 2014경기에 출전해 6900타수 2209안타(311홈런) 1358타점 타율 0.320을 기록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두 시즌 동안 172경기에서 22홈런 106타점 타율 0.265의 기록을 남겼다.
김태균은 1982년 출범해 39시즌째를 완주하고 있는 KBO리그에서 최고의 우타자 중 하나로 평가됐다. 전신 빙그레 시절을 포함한 한화의 20세기를 지탱한 타자가 장종훈(52) 육성군 총괄이라면, 21세기 타선의 핵심은 김태균이었다.
장타력보다는 좋은 선구안과 집중력으로 출루율이 높은 타자였다. 데뷔 2년차였던 2002년과 최근 세 시즌을 제외하고 KBO리그에서 14시즌이나 4할대 출루율을 기록했다. 2001년 4월 17일 경기도 수원으로 옛 현대 유니콘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르면서 처음으로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로 KBO리그 통산 18시즌 동안 누적한 출루율은 0.421이다. 김태균의 통산 안타는 3위, 통산 볼넷(1141개)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김태균은 데뷔 시즌인 2001년에 신인상을 수상했고, 세 차례(2005·2008·2016년)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었다.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대표팀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9년을 마지막으로 탈환하지 못한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김태균의 선수 인생에서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 타이틀이 됐다.
김태균은 “구단과 팬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모두 보답하지 못해 아쉽다”며 “이글스의 미래를 이끌 좋은 후배들이 성장하고 있다. 팀의 미래를 생각하면 은퇴할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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