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2주년 여순사건 합동 추념식이 19일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여순사건 당시 희생당한 민·관·군·경의 유족들이 참석한 첫 합동 추념식으로, 사건 발생 72년 만이다.
여수시와 여순사건 시민추진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중앙동 이순신광장에서 희생자 유족과 정치권, 공직자가 참석한 가운데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희생자를 추모하고, 지역민의 화합과 상생을 기원하는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을 열고 그날의 아픔을 되새겼다.
합동추념식은 지금까지 열린 추념식과 달리 순직 경찰 유족이 처음 참석하면서 민간인 희생자 유족과 군·경 유족이 화합하는 첫 추념식으로 의미를 더했다.
민간과 경찰 등 많은 희생자가 나왔지만 70여년 동안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양쪽으로 나뉘어 갈등과 반목이 지속됐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노력 끝에 지난해 처음으로 순직 경찰 유족대표가 행사에 참석했다. 올해는 순직 경찰 유족들이 행사에 직접 참석하면서 여순사건 이후 최초로 민·관·군·경이 하나 되는 역사적인 추념식이 됐다.
추념식은 이날 오전 9시30분 기독교 등 4대 종단 대표의 추모 행사와 여수시립국악단 추모 공연에 이어 오전 10시 여수시 전역에 울린 묵념 사이렌으로 막이 올랐다.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촉구 홍보영상 상영, 국민 의례, 시립합창단 추모 공연, 각계 추모사, 화해·상생 퍼포먼스,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화해를 위한 퍼포먼스는 윤정근 여수유족회장과 남중옥 순직경찰 유족대표에게 여수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동백 꽃을 전달하고 서로 포옹하면서 미래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추모사에서 “우리는 오늘 우리 지역의 가장 큰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그 아픔을 담고 살아온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며 마침내 처음으로 민·간·군·경 모든 유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제72주년 합동 추념식이 화합된 분위기에서 이뤄져 무척 감격스럽다”면서 “특별법 제정과 화합의 미래로 다가가는 새로운 꽃망울이 되길 소망하면서 국가가 이 같은 뜻에 잘 응답해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전창곤 여수시의회 의장은 “용서와 화해의 손길로 특별법 제정에 대한 열망이 전해지길 바란다”면서 “특별법은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지역사회가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주철현 국회의원은 “여순사건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제정은 좌와 우를 떠나 모두가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며 “하나된 시민의 힘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이뤄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병호 여순사건 지역민 희생자 지원사업시민추진위원장은 “올해 72주년 추념식은 민간인과 경찰 유족들이 따로 치르던 추념식을 함께 참석하게 되면서 지역에 여순 유족들이 화해하고 상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윤정근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은 “72주년을 맞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며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할 화해와 상생을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남중옥 순직경찰 유족대표는 "저의 아버지를 포함한 일흔두 분의 돌아가신 경찰관들을 위하는 길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했다"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이 아니라 모두가 희생자이고 피해자의 마음으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하고 나아가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현실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여순사건 제72주년 합동추념식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해 지난해 500여명이던 참석자를 100명으로 줄였다. 차단봉을 설치하고 방역 스테이션이 처음 등장해 전원 발열 체크와 좌석 간격을 유지한 채 진행됐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전남 여수읍 신월리에 주둔한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이다.
이후 2년여 동안 전남·북과 경남일부 지역에서 비무장한 민간인을 비롯해 군인, 경찰들이 희생당했으며, 여수·순천 등 전남 동부권 7개 지역에서 1만여 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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