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불안감 탓에 주식투자에 빠져드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영끌’을 막아 버린 대출 규제에 부동산 갭투자는 불가능해졌고, 한때 천정부지로 올랐다 폭락한 비트코인은 위험한 투자 대상이라 생각한다. 초기 자본이 없다보니 월급의 70%를 주식투자에 ‘올인’하는 청년층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중동 지역으로 파견을 나간 직장인 정모(34)씨는 지난 2월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동학개미’다. 재테크 방법으로 예금과 적금 밖에 몰랐던 정씨는 ‘내집마련자금’을 모으기 위해 생활비를 제외한 월급 전부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지인 중엔 갭투자로 이미 내집 마련에 성공한 이들이 적지 않지만 해외에 거주하는데다 부동산 규제로 투자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접근성이 쉬운 주식투자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정씨는 “취업한 후부터 적금을 들었지만 금리가 너무 낮아 집 살 돈을 모으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주식을 시작하게 됐다”며 “첫달엔 원금까지 까먹는 등 손실을 봤지만 현재까지 약 1000만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장이 열리면 수익률을 확인하고 퇴근 후엔 주식 유튜브를 시청하는 게 취미가 됐다”고 덧붙였다.
정씨처럼 주식투자에 빠진 청년층은 부동산 투자를 하고 싶어도 이미 폭등한 시세 때문에 투자금조차 마련하기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2017년부터 폭등과 폭락을 반복한 비트코인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높아져 주식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한 대기업 사원 장모(32)씨는 전세계약을 마치고 남은 여윳돈 1000만원을 전부 주식에 투자했다. 그가 처음 주식투자에 빠져든 계기는 대학동기들이 모인 카톡방이었다. 장씨는 “비트코인이 유행할 땐 다들 잃었다는 소식만 들려 투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 진단키트 회사나 마스크 업체에 투자했던 친구들이 큰 돈을 벌었다고 해서 주식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기들끼리 일상을 공유하는 카톡방이 이젠 종목을 추천하거나 소위 ‘찌라시’ 소식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고 했다.
‘재테크 입문’ 방법으로 주식투자에 나선 이들도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투자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유튜브를 함께 구독하거나 경제서적을 읽는 등 주식 공부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년차 직장인 이모(26)씨는 명상 소모임에서 만난 지인들과 3달째 주식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이씨는 “경제뉴스를 함께 읽고 어느 주식에 투자할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며 “사회 초년생이라 한때 월급을 헤프게 썼지만 요즘은 투자를 생각해 소비를 자제하게 되는 등 경제관념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 좋다”고 전했다. 정씨 역시 “투자를 시작하고 나니 관심 없던 뉴스도 챙겨보게 되고 세상을 더 주의깊게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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