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가상의 초청 영상으로 호평받았던 지난 5월 5일 청와대 어린이날 동영상이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나타났다. 청와대는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감사원은 17일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기관 정기감사를 실시한 결과 용역계약의 업무 처리 과정에서 부적정한 점이 확인돼 ‘주의요구’를 내렸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납품은 견적서를 받고 계약서를 쓴 후 진행된다. 다만 청와대 어린이날 영상 계약의 경우 납품을 먼저 받고 사후 계약을 체결했다. 국가계약법 제11조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위험부담 등을 명백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해 그 담당공무원과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는 지난 4월 24일 샌드박스에 발주하면서 계약 담당부서에 계약 체결을 요청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 체결은 대통령비서실이 최종 성과품 납품이 완료된 5월 4월이 돼서야 이뤄졌다. 샌드박스를 포함한 2개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제출(4월 30일)받고 5월 1일 계약 담당 부서에 계약 체결 요청을 하는 등 절차에 시간이 걸린 탓이다.
대통령비서실은 올해 어린이날 행사를 기존 청와대 초청 방식에서 온라인 동영상 제작·배포 방식으로 변경하는 최종의사 결정이 어린이날에 임박해 확정되면서 촉박했던 일정 속에 행정처리가 미흡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매년 어린이날 어린이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왔다. 다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대면 초청이 여의치 않자 비대면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이번 동영상을 제작했다. 청와대 측은 “30명 인원이 1주일간 달려들어 밤을 새우면서 수작업으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동영상은 조회수가 100만회를 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은 용역을 수행할 후보 업체 조사와 가격 시담을 통한 견적 금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사전 검토도 하지 못하고 사후계약을 체결해 국가계약법 제11조를 위반하는 등 계약질서를 어지럽혔다”며 향후 규정 준수를 당부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재발 방지를 위해 교육을 실시하는 등 조치하겠다는 의견을 감사원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