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가 걸그룹 춤판 및 가족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을 빚은 배동욱(사진) 회장을 결국 탄핵했다. 투표 결과에 따라 배 회장은 즉각 해임됐고 김임용 수석부회장이 내년 2월 열리는 협회장 선거 때까지 회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소공연은 논란이 불거진 지 77일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소공연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강남구 S컨벤션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선출직 임원(회장) 해임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투표를 진행했다. 의결권이 있는 정회원 49명 중 과반인 29명(대면 참석 24명, 위임 참석 5명)이 참석하고 이중 24명이 찬성해 배 회장의 해임이 결정됐다. 비대위 측은 본래 정회원은 56명이지만 이중 7명은 정회원 가입 시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아 의결권에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직무대행은 “배 회장 탄핵을 위해 힘을 모아주신 소상공인 회원 여러분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지금 이 시각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전국의 소상공인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그간 소공연 사태로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앞으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며 새로운 소공연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소공연 사무국노조도 임시총회 후 소공연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 회장은 술판, 춤판 워크숍 논란으로만 탄핵된 것이 아니다. 그건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태였고 연합회를 사유화하기 위해 전횡을 일삼아 온 배 회장을 비롯해 소공연을 정상화하려는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이 모여서 탄핵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소공연 사무국 직원들은 새로운 집행부와 함께 소공연이 진정으로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법정경제단체로 거듭나는 일에 상생의 정신으로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배 회장은 지난 6월 25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전국 지역조직 및 업종단체 교육·정책 워크숍’에 걸그룹을 초청해 댄스공연 행사를 진행한 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코로나19로 대면 모임을 최소화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데다 코로나19 탓에 소상공인들이 전례 없이 힘든 상황에서 춤판을 벌인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밖에도 소공연 행사를 위한 화환을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구매하고, 보조금 예산으로 구매한 도서를 현장 판매 후 연합회 자체 예산으로 수입 처리한 부분 등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소공연 사무국노조는 지난 7월 배 회장을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보조금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일 중기부는 워크숍 당시 걸그룹 댄스공연 행사가 부적절했고,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화환을 구매한 행위 등에 대해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이라 진단했다. 이외에도 보조금으로 도서를 구입해 되팔고, 회비를 자의적으로 인하해준 행위 등 소공연 기관운영 전반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중기부는 배 회장의 부적절한 행위와 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경고 및 보조금환수 시정명령과 함께 불합리한 운영사항에 대한 개선명령도 함께 내린 바 있다.
한편 배 회장은 비대위의 탄핵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모든 면에서 (오늘 임시 총회가) 불법하다”며 “앞으로도 소공연 회장으로서 권한은 계속 행사할 것이며 민·형사 소송 등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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