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각국이 대량 실업 관련 대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대량 실업이 이미 현실화한 상태에서 실업급여를 확대하는 등 실직자 사후 구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유럽 각국은 단축근로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각국의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특성이 다른 데다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 중인 상황인 만큼 어떤 대책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국 실업 대책 현황·평가’ 보고서를 보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행보는 매우 다르다.
우선 노동시장 유연성이 큰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미 대량 해고가 발생하자 경기부양 법안을 통과시키고 실업자에 대한 소득 지원을 강화했다. 미국은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기존 26주에서 39주로 연장하고 7월 말까지 주당 600달러를 추가 수당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구조적으로 해고가 쉬운 시장인 만큼 사후적 대책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렇다보니 지난 4월 미국 실업급여 신청 건수는 두 달 전인 2월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독일 및 프랑스는 각각 10.4%, 24.7% 증가에 그쳤다.
이 같은 유럽 국가들이 선택한 대책은 단축근로나 일시휴직 등 고용 유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고용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지 않도록 단축근로나 휴직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고용주의 부담을 더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단축근로 실행 시 발생하는 사회보험료를 감면하고 휴업수당 보전 비율을 높이는 등의 혜택을 주는가 하면 관련 제한을 해제하고, 수혜 대상 근로자 범위도 넓혔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양측 모두 효과와 한계를 모두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실업급여에 대해서는 사후적 성격의 조치인 탓에 사전에 실업을 막기엔 한계가 있었으나 가계소득을 보전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럽의 고용 유지 정책은 실업 발생을 억제하고 재고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제적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구조적인 실업 증가까지 막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다국적 보험사 알리안츠(Allianz)가 올해 유럽 5개국 고용 상황을 분석한 결과 제조업과 음식·숙박업 등 업종 근로자 중 900만명은 내년에 실직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900만명은 단축근로제 일자리의 20% 규모다.
한국의 경우 실업급여와 고용 유지 제도가 재정지출 측면에서 균형돼 있는 편이다. 미국과 유럽의 중간 정도인 셈이다.
미국과 유럽식 대책의 성과를 평가하자면 당장 실업률 수치로는 유럽이 앞선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단순한 비교 평가는 어렵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실업 대책이 서로 다른 것은 노동시장 여건·관행, 산업 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전통적으로 유럽은 고용 안정성을, 미국은 노동시장 효율성을 우선시하는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이러한 관행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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