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1부 승격을 목표로 K리그2 대전 하나시티즌을 맡아 지휘해온 황선홍(52)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임했다. 지난 7월 FC 서울 사령탑에서 물러났던 최용수 감독에 이어 1990년대 한국 축구의 간판 공격수 출신 감독이 연이어 그만두는 모양새다.
대전 구단은 황 감독이 공식적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8일 발표했다. 구단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6일 부천 FC 1995와의 경기 뒤 황선홍 감독이 구단에 사임 의사를 알려왔다”면서 “이튿날 허정무 이사장이 황 감독과 면담한 끝에 계약을 상호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이번 시즌 부임하며 1년이 아닌 다년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황 감독은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감독 중 하나다.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해 팀을 리그컵과 FA컵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2011년 자신이 오랜 세월 선수 생활을 했던 포항 스틸러스를 맡아 2012년 FA컵 우승, 이듬해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FA컵과 리그를 함께 우승하는 ‘더블’을 달성해 명장 칭호를 얻었다.
경력이 주춤한 건 2016년 맡은 FC 서울에서였다. 부임 첫해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스타가 즐비한 선수단과 갈등을 빚은 끝에 2018년 하위 스플릿으로 처지는 등 성적도 부진을 거듭했고 결국 시즌 도중 자진 사임했다. 이 때문에 황 감독에게 있어 대전을 맡은 건 명예회복 기회로서의 의미가 컸다.
대전은 올 시즌 하나금융그룹이 팀을 인수하면서 기업 구단으로 탈바꿈, 대대적 투자를 감행하며 곧장 K리그1 승격을 노려왔다. 국가대표 출신 선수와 비싼 몸값의 외국인 선수들이 즐비해 1부 구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받았다. 황 감독을 데려온 것도 이러한 투자의 일환이었다.
황 감독이 물러난 것은 이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이유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은 6일 부천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4경기에서 1무 3패를 기록하며 부진한 상태였다. 부천과의 경기도 1명이 퇴장당한 상대에게 추가시간 극적인 골로 이긴 것이라 뒷맛이 개운하지는 않았다. 현 순위는 1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승점 5점차인 3위다.
대전 구단은 황 감독과 마찬가지로 과거 국가대표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강철 수석코치가 새 감독 선임 전까지 팀을 지휘한다. 강 코치는 K리그 감독을 맡는 데 필요한 P급 지도자 자격증을 미리 취득해 놓은 상태라 향후 성적에 따라 정식 감독으로 부임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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