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밀워키와 위스콘신주를 대표해 코트에 나서면서 높은 수준에서 뛰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도록 서로를 붙들어줘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기준에 부응해왔습니다. 이제 입법·사법 당국도 같은 일을 해주길 요구합니다.”
성명문을 읽는 밀워키 벅스의 가드 조지 힐과 스털링 브라운의 목소리는 어두웠다. 연대를 의미하는 검은색 옷을 입은 채 마스크를 쓰고 한 데 모인 장신의 선수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이들의 뒤에서 지지를 나타냈다. 일정대로라면 불과 몇 시간 뒤 경기를 치러야 했지만 이들은 코트에 나서지 않기로 결의했다.
시즌 재개 전부터 미국 남자프로농구 NBA 선수들 사이에서 논란이었던 인종 문제가 결국 플레이오프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 벅스 선수단이 26일(현지시간) 오후 4시 예정되어 있던 올랜도 매직과 NBA 플레이오프 5차전 경기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NBA 사무국은 다른 모든 플레이오프 경기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연기된 경기가 언제 열릴지는 27일 오전 기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벅스 선수단이 나선 건 지난 23일 벌어진 제이콥 블레이크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벅스의 연고 지역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케노샤에서 흑인 제이콥 블레이크가 현지 경관에게 7발의 총격을 당했다. 폭행 혐의가 있던 블레이크는 경찰의 요구에 응해 자신의 SUV 차량에서 내려 무릎을 꿇은 채 차에 기댄 상태에서 총을 맞았다. 뒷좌석에는 아들 3명이 탄 상태였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벅스 선수단은 3시간 동안 이어진 선수단 회의 끝에 모여서 성명을 발표하고 경기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제이콥 블레이크를 위해 정의를 실현해달라고, 또 경관들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지금까지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는 위스콘신주 입법 당국이 경찰의 책임, 폭력성, 형사 개혁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모든 시민이 스스로 배우고, 평화롭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11월 3일 투표해야 한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성명문을 끝맺었다.
디애슬레틱은 벅스 외에도 다른 NBA 구단 선수들이 현재 NBA 개최지인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한 데 모여 다음 행동을 논의했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현지에서는 남아있는 다른 플레이오프 전면 불참 가능성까지도 나오고 있다. 벅스 선수단은 이번 집단행동으로 최대 250만 달러(약 30억원) 벌금을 물 수 있지만 시즌이 재개된다면 이를 선수들에게 강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벅스 선수단은 이날 경기 일정에 앞서 먼저 코트에서 몸을 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NBA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야니스 아테토쿤보 역시 몸풀기 운동에 참석했다. 디애슬레틱은 벅스의 가드 카일 코버가 성명문 발표 한 시간 뒤에도 선수복을 입고 있었던 점을 들며 선수단 결정이 급박하게 이뤄진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벅스의 알렉스 라스리 부단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어떤 일은 농구보다 더 중요하다. 선수들이 오늘 취한 행동은 우리가 지쳤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이대로는 더 안된다.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선수단을 100% 지지하며 진짜 변화를 위해 돕겠다”고 밝혔다. 구단 측도 이후 따로 성명을 내 “선수들과 그들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입장을 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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