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흑인 남성이 세 아들 앞에서 경찰이 수차례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후 이틀째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24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수백명이 전날에 이어 시위를 벌였다고 뉴욕타임스(NYT), CNN 등이 보도했다.
당국은 이날 오후 8시부터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경찰에 맞섰다.
시위대는 커노샤카운티 법원 인근으로 모여 폭죽을 터뜨리고 해산시키려는 경찰을 향해 물병을 던졌다. 이들은 대형 스피커로 경찰을 비난하는 노래를 틀며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외쳤다.
경찰은 헬기를 띄우고 최루탄과 섬광탄을 동원해 대응했다.
시위 과정에서 덤프트럭 1대와 가구 상점 등 건물 3채가 불에 탔고 가로등이 쓰러졌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시위대는 전날에도 화염병과 벽돌을 투척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이날 기간시설과 소방관 등의 보호를 내세우며 주방위군 125명을 투입했다.
이번 시위는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의 피격으로 촉발됐다. 당시 블레이크는 경찰이 바로 등 뒤에서 최소 7차례 쏜 총에 맞아 쓰러졌고, 그 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수시간 만에 시위대가 모였다.
현지 언론들은 그가 주민들 간 싸움을 말리려는 가운데 경찰 총에 맞았다며 주민 증언을 전했다.
총격 당시 블레이크가 쓰러진 차량 안에는 3세, 5세, 8세 아들 3명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경찰은 더욱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인권변호사 벤 크럼프는 트위터로 “블레이크의 어린 아들 3명은 경찰이 아버지를 총으로 쏘는 장면을 봤으며 영원히 트라우마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격 후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된 블레이크는 현재 하반신 마비 상태라고 가족이 전했다. 블레이크의 부친은 시카고 선타임스에 아들이 8발의 탄환에 맞아 허리 아래가 마비됐다고 밝혔다. 영구적인 마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블레이크의 삼촌은 CNN에 출연해 주민들에게 평화로운 시위를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정의를 원하고 결국 얻을 것”이라면서도 “지역 전체를 붕괴하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치권에서도 관련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은 성명을 내고 “이번 총격이 우리의 영혼을 관통했다”면서 “즉각적이고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며 총을 쏜 경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오전 커노샤 시위대를 조롱하는 듯한 트윗을 올려 구설에 올랐다.
그는 건물이 불타고 있는 영상과 함께 “여러분, 민주당이 11월에 승리하면 당신이 사는 곳 근처에 바로 이런 장면이 펼쳐집니다. 이게 당신 뒷마당에 올지 여부는 당신에게 달렸다”며 비꼬았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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