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여당 의원과 목소리를 높이며 설전을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뉴질랜드 총리 간 통화에서 외교관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데 대해 질타가 이어지자 강 장관은 “책임지겠다”는 발언까지 했다.
강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았다. 강 장관은 뉴질랜드 국민과 피해자에게 사과하라는 이 의원 주장에 “외교관계에는 기본 틀이 있다”며 “외교장관이 다른 나라에 사죄한다는 건 정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상 외교 차원에서 문제가 된 건 외교적으로는 이례적 상황이기도 하고, 언론을 통해 나오는 피해자 얘기들도 사실인지 아닌지 신빙성도 점검해야 한다. 직원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우리 국민과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송구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 의원이 “나랑 논쟁하자는 것”이냐며 사과를 재차 압박했지만 “뉴질랜드에 책임을 져야 할지 안 할지는 다른 문제”라며 “지금 이 자리에서는 사과 못 드린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또 “양국 관계에 기본 틀이 있고 의제 되지 않아야 할 게 의제가 되면서 틀어진 부분이 있다”며 “의제가 되지 않아야 할 게 의제가 된 건 뉴질랜드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간 통화에서는 조율되지 않았던 의제인 우리 외교관의 뉴질랜드 현지 남성 직원 성추행 사건이 논의됐다. 통상 정상 간 통화는 양국 외교채널을 통해 긴밀히 사전에 의제를 조율한 후 이뤄진다. 이에 외교부가 뉴질랜드 외교당국과 소통에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의원이 “대통령이 망신 당한 것에 대해 책임지라”라고 몰아세우자, 강 장관은 “책임지겠다. 책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외교부 장관이 다른 나라에 사과하는 건 다른 문제이고 국격의 문제”라고 응수했다. 이 의원 발언 시간이 초과해 마이크가 꺼진 후에도 강 장관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이 나서 양측에 “흥분을 가라앉히시라”고 말했다.
평소 온화한 성격으로 알려진 강 장관이 여당 중진인 이 의원과 목소리를 높여가며 논쟁을 벌인 건 이례적이다. 뉴질랜드 성추행 사건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외교부에만 집중되자 강 장관이 적극 반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 통합당 의원은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최근 논란이 된 발언들을 쏟아낸 송영길 외통위원장에게 “외통위원장 발언은 그 자체로서 무게감이 있다”라며 “부적절한 발언은 가급적 자제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잘 참고하겠다”면서도 언론이 취지와 달리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송 위원장은 최근 뉴질랜드 주재 우리 외교관의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친한 사이에 남자끼리 엉덩이도 한 번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말했고, 유엔군사령부에 대해서는 “무족보”라고 발언해 외통위원장으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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