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현지시간)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미국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가 사건 당시 별다른 범죄 혐의 없이 총격을 당했다는 목격자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분노 여론에 불이 붙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CNN방송 등은 24일(현지시간) 사건 현장을 목격한 위스콘신주 커노샤 주민들의 증언을 보도했다. 주민 목격담을 종합하면 블레이크는 당시 집 마당에서 3살 아들의 생일 파티를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인근에서 두 명의 여성이 말다툼을 벌였고 블레이크는 싸움을 말리려 했다. 이후 현장에 경찰관들이 출동하자 다툼의 당사자인 한 여성은 블레이크 쪽으로 경찰을 보냈다. 블레이크는 당시 비무장 상태였다.
한 주민은 WP에 “경찰은 블레이크에게 다가가 별다른 질문 없이 테이저건을 쐈다”며 “그를 기절시키려는 목적이었지만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블레이크가 근처에 있던 한 차량이 앞쪽으로 걸어가자 그에게 총을 쐈다”고 덧붙였다.
블레이크 측 변호를 맡은 인권 변호사 벤 크럼프의 주장도 이와 비슷하다. 크럼프는 성명을 통해 “블레이크는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우려했는데 경찰은 그에게 테이저건을 쐈다”며 “블레이크가 차에 탄 세 아들이 괜찮은지 보려고 차량으로 걸어가자 경찰은 그의 등 바로 뒤에서 수 차례 총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차에 있던 블레이크의 아이들은 각각 3살, 5살, 8살의 어린 나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크럼프는 “블레이크의 세 아들은 단 몇 피트의 거리에서 경찰이 아버지를 쏘는 장면을 봤다”며 “경찰의 무책임하고, 무모하고, 잔혹한 행동이 옳은 일을 하려던 한 남자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목격 주민 스텔라 런던은 두 여성의 다툼에 대한 좀더 상세한 증언을 전했다. 그는 WP에 “블레이크가 차량이 긁힌 문제를 두고 싸우던 여성 2명을 말리려 했다”며 “경찰은 블레이크를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로 섣불리 추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실라 윈터스도 “모든 일은 긁힌 차량에서 시작됐다.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다수의 주민들은 블레이크에 대해 “예의바르고 좋은 이웃이었다”고 평가했다.
사건 당시 현장을 촬영한 이웃 주민 레이션 화이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정신적 충격과 분노 탓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블레이크의 아이들은 이 모든 상황을 통틀어 그 누구보다 더 큰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레이크가 총격을 당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확산되면서 미 전역에선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다시 격화되고 있다. WP는 인구 약 10만명이 살고 있는 커노샤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국 인종차별 항의 운동의 새로운 진원지가 됐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경찰 측을 규탄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경찰권 옹호 주장을 펼치면서 이 사건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오늘 미국은 또 한 명의 흑인 남성이 과도한 공권력의 희생자가 됐다는 비탄과 분노 속에 아침을 맞았다“며 “즉각적이고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 총을 쏜 경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한 극우 평론가 앤디 은고의 글을 리트윗하는 방식으로 블레이크를 비난하고 경찰권을 옹호했다. 이 글에 따르면 블레이크는 과거 가정폭력 및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적 있는 인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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