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협회도 “업무 부담 많아진다” 반발
임대차 계약 DB 부재 상황서 허위 신고 속출 우려
상임위 심사 과정서도 “제3자 감시 필요성 높다” 지적
전입신고·임대차 신고 연계도 보완 여지 많아
내년 6월부터는 전·월세 등 임대차 계약도 매매 계약과 마찬가지로 관할 구청(시청)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 계약은 공인중개사가 주로 신고했지만 임대차 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 등 임대차 계약 당사자에게 신고하게 돼 있다.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 대표 발의)에 신고 의무자를 ‘임대차 계약당사자’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0대 국회 당시 민주당 안호영 의원의 대표 발의로 임대차 계약 신고를 의무화한 법안이 발의됐을 때만 해도 신고 의무자에 공인중개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지만, 올해 들어 공인중개사를 빼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국토부 입장이 1년 사이 바뀌게 된 이유가 뭘까.
20일 국토부에 따르면 공인중개사의 임대차 계약 신고 의무와 관련한 정부 입장이 바뀌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적용을 같이 추진하면서다. 이 법안에 의하면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지만, 신규 세입자들은 이를 적용할 길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3법 시행에 있어 가장 큰 난제는 갱신 계약인지 여부를 어떻게 확인하는가의 문제”라며 “현실적으로 공인중개사들이 모든 임대차 계약을 쫓아다니면서 신규계약인지 갱신 계약인지 등을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으냐”고 말했다.
특히 임대차 계약은 매매 계약보다 거래 건수는 많지만, 중개 수수료는 적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확정일자를 받은 전·월세 거래 건수만 매매 건수의 2배 이상 많았다. 이 때문에 공인중개사협회를 중심으로 “공인중개사의 업무 부담을 늘리고, 많은 공인중개사를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며 반발이 나왔다. 부동산 거래 신고법에 따르면 신고 의무자가 거래 후 30일 이내에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를 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문제는 아직 임대차 계약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가 전무한 상황이다 보니 내년 6월에 신고가 시작되더라도 임대인의 임대소득을 낮춰 신고하는 ‘다운계약’ 등 허위 신고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거래 신고법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사 보고서에도 “임대인은 기본적으로 임차인보다 비교적 우월적 지위에 있으므로 임대차계약 신고에 대해 임대인에게 유리하도록 허위 신고 압력을 임차인에게 행사할 여지가 많다”며 “제3자의 감시 필요성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지금껏 매매 계약 신고를 공인중개사가 해온 점을 고려할 때 임대차 신고 역시 주택 거래에 있어 전문성이 높은 공인중개사에게 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임차인의 전입신고를 임대차 계약 신고와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임차인의 전입신고를 계기로 임대차 계약 신고를 유도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 역시 행정 절차상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국토교통위는 심사 보고서에서 “주민등록법상 전입신고는 인구 동태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라 가구주의 인적정보가 신고사항이고, 임대차 계약 신고는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차임(월세), 임대 기간 등의 정보가 신고대상이라 신고 사항과 목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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