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러리만 서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해 이웃 동네와 합심해 응모했는데…”
“접근성이 좋다고 평지에 화장장이라니요”
“명분 쌓기용으로 쇼 하는 것 아니냐”
경기도 이천시가 숙원사업인 이천시립화장장 건립을 위해 100억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공모를 통해 진행한 최종 후보지 선정이 발표만 남겨 놓은 가운데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직접적인 도화선은 엄태준 이천시장이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엄 시장은 최종 화장장 후보지 발표 당일인 지난 7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후보지 선정 발표를 오는 24일까지 연기하고 반대가 심한 인접 여주시민과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갈등을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에 이천시 부발읍내 죽당리, 수정리, 고백리 등 3곳 화장장 유치 신청 인근의 여주시민들은 “이들 세 곳 중 특정 후보지를 정해 놓고 명분 쌓기용으로 쇼를 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17일 매화리에 사는 A씨는 “죽당리로 정해졌다는 소문이 이미 파다하다. 차라리 발표를 하지 왜 꼼수를 부리는지 모르겠다”며 “24일에도 발표를 안 하면 정말로 이 곳으로 정한 것으로 알고 더욱 강하게 반대 투쟁을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죽당리에 사는 B씨는 “죽당리를 포함한 부발읍에서 화장장 유치 반대 서명 주민만 7000명에 이른다. 이쪽으로 발표하면 반대 시위에 나서겠다는 주민도 많다”면서 “부발읍에도 반대하는 주민이 많은데 (엄 시장에게)공무원들이 제대로 보고를 안 했는지 인근 여주시민만 언급하며 화장장 발표를 연기해 더욱 화가 난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처럼 부발읍과 인근 여주시민들은 화장장 유치를 결사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율면 월포리와 호법면 안평리, 장호원읍 어석리 등 3곳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아예 없거나 적은 이 곳으로 왜 후보지를 정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대세다.
안평리에 사는 C씨는 “우리가 신청한 후보지가 최상이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 주민도 98%나 찬성하고 후보지 응모 6곳 중 시청하고도 제일 가깝다. 왜 굳이 반대가 가장 심한 부발읍 3곳 중 하나로 가려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지난달 29일 열린 설명회에서 관계자들이 ‘도로를 만들 필요가 없다’ ‘접근성이 아주 좋다’ 등의 말을 하며 죽당리 등 부발읍 신청지로 몰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시장까지 발표를 연기해 후보지를 이미 내정한 상태에서 우리는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설명회 당시 안평리는 39억원이 드는데 죽당리는 9억만 든다고 관계자가 구체적으로 말하더라. 우리는 국유지가 5000평이나 되고 도로를 만드는 약 700m가 산이라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데 그런 계산이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어석리에 사는 D씨는 “우리 지역은 너무 낙후돼 있다. 비만 많이 오면 또 침수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며 “‘이번 기회에 낙후된 마을에서 벗어나보자’고 우리 마을 주민은 물론 이웃 주민이 의기투합해 원래 장호원읍에서도 부발읍처럼 세 곳에서 신청하려던 것을 후보지에 선정되기 위해 가장 조건이 나은 우리 마을만 응모했다”고 말하며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이어 “현장 심사 나온 위원이 ‘후보지는 적격인데 도로가 문제’라는 말에 무척 낙심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엄 시장 제안으로 열린 14일 이천시와 여주시 간 협의회는 2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서로 평행선을 그은 상태로 마쳤다.
예창섭 여주부시장은 “양 측이 처음 상견례 성격으로 만나서 그런지 서로가 자신의 입장을 말하는 수준이었다. 추가 협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화 과정에서 후보지가 발표된 이후에도 협의가 가능하다고 이천시에서 동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부발읍화장장반대비상대책위원회는 인근 여주시민들과 별개로 18일 오전 10시 이천시청 앞에서 대규모 화장장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천=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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