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전 비서실장 가운데 하나인 오성규 전 비서실장이 17일 “고소인으로부터 피해 호소를 요청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전 비서실장은 고소인을 향해 ‘인격 살해’라는 단어까지 쓰며 맹공했다.
이날 경찰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한 오 전 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고소인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 호소나 인사 이동을 요청받거나, 제3자로부터 그런 피해호소 사실을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소인 측으로부터 성추행 방조 혐의자로 지목당해 최근까지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20명에 달하는 비서실 직원들 누구도 이러한 피해호소를 전달받은 사례가 있다는 것을 들은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 전 실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인 측이나 고발인들이 이렇게 무리한 주장을 하는 이유가 ‘고소인 측이 주장하는 바를 다툴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과 ‘비서실 직원들로서는 실체를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소인 측은 합리적 의구심을 갖는 것도, 심지어는 모르고 침묵하는 것도 2차 가해라는 전체주의적 논리로 침묵을 강요하면서, 박원순 시장과 함께 시정에 임했던 사람들을 인격 살해하고, 서울시의 명예를 짓밟고 있다”며 “만약 그 당시 고소인 측이 주장한 대로 고소 사실이 존재하고, 이를 저나 다른 직원들이 알았다면, 침묵이 아니라 고소인을 도와 절차대로 문제를 해결했을 것임을 확신한다”고도 언급했다.
오 전 실장은 “이번 사건을 당사자로서 직접 경험하면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전가의 보도가 되어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를 일방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서 “고소인의 진술 하나만 있으면 아무런 근거가 없어도, 같이 근무한 사람들까지 주변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압박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나”라고도 덧붙였다.
오 전 실장은 그외에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자신이 가진 자료도 모두 제출했다면서 박 전 시장에 대해 “사회적 약자들을 가장 먼저 존중하고, 사회 혁신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공이 크다고 해 과를 덮어서는 안 되지만, 과가 있다고 하여 생애 전체를 폄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 전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도착해 조사를 받았다. 오 전 비서실장은 이른바 핵심참모인 ‘6층 사람들’ 중 1명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서울시 전 비서실장에 대한 경찰 소환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13일에는 전 비서실장 중 1명인 김주명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이 서울경찰청에 출석해 전 비서실장으로는 처음으로 조사를 받았다.
앞서 지난달 강용석 변호사 등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측은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실장 4명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가세연이 고발한 전직 비서실장은 김 원장,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 전 비서실장 등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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