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간 상황극을 유도하는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글을 보고 ‘강간범 역할’을 했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남성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다음 달 시작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오모(39)씨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 강간과 절도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 기일을 다음 달 12일로 잡았다.
오씨는 지난해 8월 랜덤 채팅 앱 프로필을’35세 여성’으로 꾸민 뒤 “강간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 할 남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린 이모(29)씨에게 속아 세종시 한 원룸에 살던 여성을 실제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4일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11부(김용찬 부장판사)는 “강간 상황극을 충동질한 이씨 속임수에 넘어가 일종의 ‘강간 도구’로만 이용됐을 뿐 범죄 의도는 없었다”는 이유로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연기한다고 (오씨가) 오해할 정도로 반항이 심하지 않았다’, ‘이씨에게 받은 주소가 실제 존재했다’, ‘찾아간 집에 있던 여성이 방문자를 착각해 문을 열어줬다’는 등 우연한 사정의 연속적인 결합이 있었다는 점이 주요 판단 근거였다.
오씨가 ‘실제 범행’이라고 인식했을 법한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에 사용된 채팅앱은 성매매는 물론 처음 만나 합의로 성관계를 가지려는 상대방을 찾는 목적으로도 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과정에서 상대방 인적사항까지 정확히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112에 신고하려는 피해자 전화를 빼앗은 절도 혐의에 대해서도 “경제적 이유로 이용·처분하려는 의사 없이 단지 신고를 막으려는 차원이었다”며 죄를 묻지 않았다.
검찰은 “놀이, 상황극, 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오씨에게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며 즉각 항소했다.
한편 피해자를 성폭행하도록 오씨를 유도했다가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이씨도 “형이 너무 무겁다”는 등 이유로 항소해 함께 재판을 받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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