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여 마리의 개들이 방치돼 있어요. 마을이 그야말로 개판입니다.”
20일 오전 수십여 마리의 개들이 경기 양주시 광적면 비암리 한적한 시골길 2차로에 뭉쳐있다.
자동차들이 지나가도 관심도 없는듯한 개들은 길에서 비키라는 자동차 경적에 대항하듯 크게 짖어댔다.

대부분 개들은 오랫동안 씻지 못한 듯 하얀 털들이 회색으로 변해있었다. 개들은 피부병으로 털 사이에는 각질로 변해 붉게 변해버린 피부가 보였으며, 그중 몇몇은 온몸이 피부병으로 물들어 털 대부분이 빠져있었다.
이 개들은 광적면 비암리 731-4 국방부 부지의 폐 교회에서 서식 중이다. 이곳에 들어서자 10여 마리의 개들이 경계하며 짖어댔다.
입구부터 개들의 대소변으로 인한 악취, 털 날림 등 오염과 짖음으로 인한 소음이 심각했다.

폐 교회 건물 밖 컨테이너와 천으로 만들어진 공간에는 10여 마리의 개들이 있었고, 건물 안에도 강아지 등 10여 마리가 방치돼 있었다.
건물 안 개들의 밥그릇에는 물에 불어 터진 라면이 있었다. 건물 밖에는 비빔 라면 수프들이 어림잡아 수천개는 모여있어 오랜 기간 개들이 라면을 주식으로 먹었을 것으로 추측됐다.
마을 주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한 주민이 이곳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개들을 모아 키우면서 이 같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최대혁 비암2리 1반장은 “목줄도 하지 않은 큰 개들이 마을을 밤낮으로 휘젓고 다녀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며 “인근 주민들이 기르는 닭 등 가축을 물어 죽이는 일도 있었다. 마을에 노인들밖에 없는데 물리기라도 하면 대형사고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반장은 “개들을 저렇게 방치하는 것도 학대다”라며 “개를 데려와 키우는 사람이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 소통이 안 된다. 이곳의 개를 처리하는 것이 마을의 숙원이다”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양주시 등에 개들을 해결해 달라는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주시 관계자는 “최근에도 동물보호단체의 민원이 제기돼 담당 직원이 현장을 점검했다. 단체에서 개를 기르는 사람을 동물 학대로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개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고, 이분이 소통이 어렵다 보니 처리가 힘들었다. 덫을 놓는 등 처리를 위해 노력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만큼 빠른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곳을 포함한 9곳의 무단점거 사항에 대해 소송을 진행 중으로, 1심에서 원고인 국가가 모두 승소했지만, 피고들이 항소해 2심이 진행되고 있다”며 “모든 재판 과정이 끝나면 국방부 소유 재산에 대한 무단점거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다만 비암리의 경우 주민의 안전이 달린 위중한 상황이라고 판단돼 양주시와 경찰 등 협조를 구해 문제를 빨리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양주=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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